두산로보틱스, 따따블 유력 후보 급부상... ‘절반 적자’ 운용업계 마지막 동아줄

김종용 기자 2023. 9.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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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가 잘 안 팔리는 것을 떠나 아예 판매처(은행, 증권사)와 손을 잡기도 쉽지 않은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몇 년간 공모주 투자로 연명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대형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좌초하면서 이들의 수익성은 악화했다. 운용사 절반이 적자 상태에 빠지면서 폐업을 고민하는 운용사 사장이 늘었다.

그러나 기회가 왔다. 바로 두산로보틱스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가 이런 운용사들에 흑자 전환의 마지막 기회를 안겨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외에 확실한 수익을 안겨줄 대형사는 2차전지 관련 전구체업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정도인데, 이 회사는 오너 이슈 등으로 상장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실상 두산로보틱스를 마지막이라고 보는 게 현실적인 것이다. 두산로보틱스는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 상단을 기준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이 1조7000억원 수준이지만, 경쟁사 레인보우로보틱스 몸값을 감안하면 상장 첫날 ‘따따블(4배 급등)’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제공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후 주가 급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몸값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번 두산로보틱스의 밴드를 정하기 위해 동원된 비교기업은 삼익THK, 라온테크, 화낙(Fanuc), 야스카와전기(Yaskawa Electric) 등 4개사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들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38.31배에 할인율 23.8%~38.5%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를 산출했다.

당초 두산로보틱스는 사업 모델이 거의 동일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비교 기업군에 포함하려고 했으나, 올해 들어 주가가 483% 오른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비교 기업군에 포함하면 몸값 왜곡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제외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작년 실적 기준 PER은 100.1배에 달한다. 올해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추산한 PER은 731배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이날 시가총액은 4조812억원에 달한다.

두산로보틱스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대비 3배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시장이 큰 해외 매출 비중이 70% 이상이라는 점도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훨씬 앞서나갈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만약 레인보우로보틱스의 PER 100배를 두산로보틱스에 적용한다면, 할인율 적용 전 주당 평가가액은 3만4136원이 아니라 8만9100원이 된다. 할인율을 적용해도 밴드가 5만5000~6만8000원에 육박한다. 이 밴드 상단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한 시가총액은 4조4000억원 수준이다.

두산로보틱스가 상장한 후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대로 주가가 급등한다면, 최근 적자를 내고 있는 다수의 중소형 운용사가 기사회생하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보통 공모주는 투자가 쉽고, 수익률이 높아 ‘알짜’ 투자 수단으로 꼽힌다. 기관투자자 자격으로 공모주를 청약하면 개인투자자와 달리 청약 증거금이 필요 없고 배정되는 물량도 많다. 펀드에 따라 벤처기업투자신탁(코스닥벤처펀드), 고위험고수익투자신탁(하이일드펀드)으로 만들면 공모주 우선 배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기관의 허수 청약을 방지하기 위해 규정을 개정하면서 중소형 운용사들이 IPO에 대규모로 참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4월 실제 능력을 초과해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들에 대해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하는 등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금융위원회가 허수성 청약 방지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들은 주금 납입 능력을 꼼꼼하게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모주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공모주에 투자하며 명맥을 이어가던 작은 운용사들은 실적이 대폭 악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자산운용사의 당기순이익은 384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21억원(7.7%) 감소했고, 고유재산 운용으로 발생한 증권투자 손익은 825억원으로 전 분기(1539억원)보다 714억원(46.4%) 떨어졌다. 455개 자산운용사 중 절반가량은 적자를 기록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공모주에 투자하는 운용사들은 전체의 50% 정도 수준으로 10명 이하의 소규모 회사인 경우가 많다”라며 “IPO 시장이 얼어붙으며 적자를 본 운용사들은 이번 두산로보틱스 배정 물량에 따라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6월 기준 운용사는 455개사로 2021년 말 346개사와 비교하면 1년 반 만에 31.5% 늘었고, 임직원이 10명 이하인 운용사 수는 같은 기간 113개에서 192개로 69.9%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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