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대학생 지명자 탄생, 여자프로배구 역사 썼다→눈물 뚝뚝 "뽑힐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마이데일리 = 외발산동 심혜진 기자] 이채은(광주여대)이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비록 수련 선수로 뽑혔지만 자신이 노력해왔던 지난 시간들이 떠올라 눈물을 참지 못한 듯 했다. 그렇게 이채은은 현장을 감동의 물결로 만들었다.
이채은은 1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2023-2024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수련 선수 신분으로 페퍼저축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었다. 지난해에는 포항여고 학생으로 드래프트에 나왔지만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그래도 배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대학에 진학해 배구 훈련을 계속해왔다.
그리고 이번 드래프트에서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바로 드래프트에서 최초로 지명받은 대학생이 된 것이다. 그동안 고등학생 혹은 실업팀 선수만이 지명됐을 뿐이다.
이채은은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었는데, 정말 안 되는 줄 알고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페퍼 구단에서 마지막으로 뽑아주셔서 아무 생각 없이 눈물만 났다"고 돌아봤다.
이번 지명으로 자부심이 생겼다. 그는 "대학 선수가 지명받지 못한다는 걸 깨고 싶었다. 뽑힐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광주여대는 지난 8월 배구부가 창단했다. 이채은이 입학할 당시에는 배구부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채은은 광주여대를 택했다. 왜일까.
그는 "다른 대학에서도 연락이 오긴 했다. 하지만 최성우 감독님께서 '이번 드래프트가 끝이 아니다. 다음 드래프트에 도전해보자'고 하셔서 가게 됐다. 부모님도 동의하셨다"며 "감독님과 부모님께서 밀어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채은은 "저를 보고 후배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드래프트에 신청했으면 좋겠다. 이번이 끝이 아니고 기회가 계속 있으니 될 때까지 지원했으면 한다"고 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롤모델은 페퍼저축은행 리베로 오지영이다. 이채은은 "언니의 파이팅하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언니의 뒤를 잇고 싶은 마음으로 경기에 뛰겠다. 기술이 안 되더라도, 투지가 돋보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광주 지역에서 선수를 선발해서 기쁘다. 이채은은 구단이 진행한 테스트에서 인상적이고 안정적인 리시브를 보였다. 전체적으로 좋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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