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별 의뢰 90%가 가짜? NFT로 보이차 시장 신뢰 높인다"

황국상 기자 2023. 9. 1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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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12만편 보유 '끽다'… "세계 최대 규모"
진품감별, 실물보관 서비스에 NFT 접목
"수면 아래 있던 보이차 시장에 신뢰 더할 것"
안성희 끽다 대표 / 사진제공=끽다

"보이차가 진품인지 아닌지 몰라서, 보이차가 제대로 보관된 것인지 아닌지 판별하지 못해서 보이차 시장이 커질 수 없었다. NFT(대체불가토큰) 등 블록체인 기술을 가미해 보이차의 진품 여부 판별에서부터 안심보관에 이르는,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이르면 연내 오픈할 예정이다. 보이차 애호가들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

안성희 끽다(喫茶) 대표의 얘기다.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보이차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보이차는 '할아버지가 만들어 손자가 마시는 차'로 불린다. 최소 30년 이상 발효 과정을 거쳐야만 제 맛을 낸다고 알려진 것처럼 제대로, 오래 보존한 보이차일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1920년대에 제작돼 1936년에 2.6홍콩달러(약 441원)에 거래됐던 '송빙호'는 2019년 홍콩 옥션 경매에서 1560만홍콩달러(약 26억4600만원)로 600만배 이상 치솟았다. 그도 그럴 것이 보이차는 중국 운남성에서 자란, 잎이 크고 두꺼운 야생대엽종 차나무에서 채취한 잎을 30년 이상 발효시켜 만든 생차여야만 진품으로 인정받는다. 그만큼 진품 인정 요건이 까다롭다.

보이차 문화는 중국에서 유래됐지만 한국은 중국·대만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에서는 1950~60년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사치품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보이차 다수가 홍콩을 통해 대만 등 외국으로 반출되었고, 오래된 보이차 중 상당 수가 애호가들에 의해 국내로 유입되었다. 중국에서 다시 보이차가 재조명된 시기는 2000년이 지나서 2005년부터 본격적이었다.

보이차 유통 플랫폼 '에세티'(ASSETTEA)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끽다는 '차나 한 잔 들게'라는 뜻의 불교 용어 '끽다거'(喫茶去)에서 이름을 땄다. '끽다거'는 1992년부터 서울 종로구에 자리잡은 정통 차(茶) 전문점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끽다거'의 창업자이자 보이차 권위자로 꼽히는 안우섭 고문이 안 대표의 아버지다. 1993년 중국 운남성에서 열린 '제1회 국제 보이차 학술대회'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보이차 전문가로 위촉돼 초청받을 정도로 안 고문은 보이차에 정통한 이로 꼽힌다. 안 대표도 끽다거 및 일본 등지에서 교육을 이수한 차 전문가다.

보이차의 유통 단위는 대개 동그랗고 납작한 모양의 '편'으로 나뉜다. 1편당 무게는 약 357그램(g), 끽다가 보유한 진품 보이차 생차만 무려 120여종, 12만편에 이른다. 이들 물량은 최적의 습도와 온도를 맞춘 전용 창고에 분산 보관돼 있다. 안 대표는 "우리가 보유한 보이차는 단일 주체가 보유한 물량으로는 단연 세계 최대 물량일 것"이라고 자부했다. 끽다는 홍콩옥션, 영원다행, 베이징차협회 등 믿을 수 있는 기관들과 진품 인증 및 판매 제휴를 맺고 진품 감별, 실물 안심보관 서비스까지 통합 제공한다. 끽다는 자사를 통해 유통된 제품이 가품으로 판명될 때 200% 보상해준다. 잘못 판매한 제품 가격의 2배를 보상해준다는 것이다.

보이차 문화가 확산하면서 부작용도 불거졌다. 가품(가짜)이 많아진 것이다. 1988년에 만들어진 '8892 후기홍인'은 진품이 생산된 직후 7종의 가품이 만들어졌을 정도다. 안 대표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보이차가 진품이 맞는지 감별해 달라고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은데 이 중 90%가 '가짜'였다"며 "진품 여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보니 보이차 거래는 중개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좋은 보이차가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이에 끽다는 보이차의 진품 여부 감별에서부터 매 유통 단계에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그리고 NFT와 블록체인 기술에서 해답을 찾았다. 안 대표는 "블록체인, NFT 기술을 적용하면 보이차의 생산-유통 이력 등 족보는 물론, 진품 여부 증명 등이 가능해진다"며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를 목표로 NFT 플랫폼 운용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실제 끽다는 △블록체인 기반 보이차 감별 시스템 △판매처 인증 가능한 보이차 감별 시스템 △AI(인공지능) 학습 기반 보이차 감별시스템 등 특허를 보유하고 새로운 플랫폼 운영을 준비 중이다.

이같은 플랫폼이 론칭되면 그 영향은 국내 뿐 아니라 중국 등 주요 차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안 대표는 "한국의 IT 기술로 신뢰할 수 있는 보이차 진품 감별 및 유통 플랫폼이 출현한다는 데에 중국 등 해외 주요 차 소비국에서 관심이 높다"고 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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