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책임 내던지고 안면몰수… 양육비 안 주려 온갖 꼼수 [심층기획-'예고된 비극' 영아유기]
“아이 낳겠다” 하자 친부 연락 끊고 악담
미혼모 68% “생부 전혀 책임 안져” 답변
양육비 소송해 받기까지도 가시밭길
송장 피하려 주소 변경·주민등록 말소
‘인터넷 만남’ 친부 신원 파악도 어려워
생부 처벌 ‘미혼부책임법’ 입법 목소리


이대로 끝낼 순 없다고 생각한 하린은 남자를 미친듯이 찾아갔다. 끝내 돌아온 남자의 말은 냉랭했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이 무렵 하린은 자신에게 심한 우울증이 온 것을 알았다. 남자는 자신이 대학도 가야 하는데 왜 자꾸 이러냐는 식이었다.
분노와 절망, 우울감이 뒤섞인 어둠이 점점 하린을 집어삼켰다. 난생처음 죽음을 생각했다. 수건으로 목을 졸라본 날도 있었다. 눈앞이 캄캄한가 싶더니 세상이 막 파래졌다. 이렇게 끝인 건가 싶은 순간 겨우 정신을 차렸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넘겼지만 딱히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나중에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됐다. 갑자기 학교에서 출산을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끔찍했다. 아기에게 몹쓸짓을 한 ‘비정한 엄마’로 뉴스에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었다.

혼자 키운 딸이 올해 스무살이 된 ‘22년차 미혼모’ 여진(가명·58)은 참아왔던 말을 쏟아냈다. 60살을 바라보도록 아이 아빠에게 양육비 한 번 받지 않고 버틴 세월은 여진의 몸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빠져버린 양쪽 어금니, 흔들거리는 남은 치아들, 다 내려앉은 잇몸, 목과 허리의 디스크 등등.

유난히 앳된 의뢰인의 모습이 마음에 걸려서였을까. 윤인권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는 최근 맡은 사건을 떠올리면 초조해진다. 이제 막 성년이 된 의뢰인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남자의 아기를 낳고 미혼모가 됐다. 경제 활동도 하지 않고 나이도 너무 어린데 원가족이 아기를 돌봐줄 형편도 못 된다. 양육비 소송마저 진다면 정말 힘들어질 상황이다.
남자에 대해 아는 정보는 전화번호, 실명인지 가명인지 모를 이름 두 가지뿐이다. 인터넷으로 만난 관계일 때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소송을 진행하려면 상대의 인적 사항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만약 진짜 이름이 아니라거나 본인 명의가 아닌 번호를 쓰고 있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조회를 요청한 번호와 명의자가 불일치할 경우 통신사에서 회신을 해주지 않아 주소지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추가 제재 조치가 시행된 지 2년이 된 지난 6월 기준 677명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 중 양육비 지급을 이행한 건 61명이다. 가장 오랫동안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자의 미지급 기간은 18년4개월에 달했다.
세계일보 설문조사에서 미혼모들은 양육비를 국가가 대신 지급하고 비양육부모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양육비대지급법,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생부를 처벌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미혼부 책임법’ 도입에 69명 모두 찬성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관련법은 모두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수년째 잠들어 있다.
정지혜·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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