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만의 최악의 대지진...모로코 사망자 2100명 넘어 [모로코 강진]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120년만의 최악의 대지진으로 인한 희생자가 현재까지 2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필사의 생존자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모로코 국영 일간지 르 마탱에 따르면 내무부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현재 이번 지진으로 2122명이 숨지고 2421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351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다트 주 492명, 치차우아 주 201명 등의 순이었다.
중세 고도 마라케시에서도 17명이 희생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내무부는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터라 사상자가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오후 11시 11분께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관측된 규모 6.8의 지진은 지난 120여년간 이 주변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됐다.
USGS는 이번 모로코 강진의 인명피해 추정치 평가를 이날 지진 발생 직후 내린 기존의 황색경보에서 적색경보로 두 단계 상향했다. USBS는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000∼1만명일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다. 또한 1만∼10만명에 이를 가능성도 21%로 전망했고, 6%의 확률로 10만명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으로 30만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골든타임이 임박하면서 강진 피해 지역에서는 필사의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캐롤라인 홀트 국제적십자사연맹 글로벌 운영 책임자는 성명에서 “앞으로 24∼48시간이 생존자 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 지역의 험준한 산세와 취약한 도로 여건이 구조대의 발목을 잡으면서 곳곳에서 가족을 잃은 생존자들이 절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진앙과 가까운 알하우즈 주 물라이 브라힘 마을 광장에서는 주민들이 시신 수십구를 모아 간이 장례를 치른 뒤 공동묘지로 옮기는 모습이 항공사진으로 포착됐다.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치우다 가족의 시신을 발견해 울부짖는 주민도 보였다.
구조대는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를 따라 피해 지역에 접근해야 하지만 지진이 산을 뒤흔들면서 떨어져 나온 암석이 도로 곳곳을 막아놓았다고 물라이 브라힘 지방정부는 전했다.
여진의 위험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휴일인 이날 오전 9시께 마라케시 서남쪽 83㎞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모로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도 강진 피해를 피해 가지 못했다.
마라케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시가지 메디나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미나렛)도 일부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진앙이 위치한 아틀라스산맥의 가장 중요한 유적 중 하나인 틴멜 모스크도 이번 지진으로 일부가 무너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모로코를 돕기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에도 잇따르고 있다. 모로코로부터 공식 지원 요청을 받은 스페인은 군 긴급구조대(UME) 56명을 현지에 파견했고, 튀니지에서도 전날 구조팀 50여명이 모로코로 향했다. 카타르에서도 87명의 인력과 구조견 5마리가 현지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편다.
알제리도 모로코와 단교 이후 2년간 폐쇄했던 영공을 인도적 지원과 부상자 이송을 위한 항공편에 개방했다.
그러나 모로코 당국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없어 도움을 주려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모로코 정부가 이번 재난을 스스로 헤쳐 나갈 역량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해외 지원을 받는 데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모로코가 공식 지원을 요청한 나라는 스페인, 튀니지, 카타르, 요르단 등 4개국이 전부라고 보도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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