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엔딩으로 가는 걸까... '감독' 아닌 '축구 샐럽' 클린스만의 한국 국대 체험기, 대체 누가 책임지나
[OSEN=이인환 기자] 대체 누가 뽑았고 누가 책임질까. '축구 샐러브리티'의 한국 감독 '체험'기를 보는 기분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카디프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친선경기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클린스만 감독의 첫 승 사냥은 또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대표팀은 지난 3월 그가 부임한 뒤 5경기에서 3무 2패에 그치며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 중 최악의 출발이다. 한국이 지난 1992년 김호 감독을 선임하며 전임 감독제를 실시한 지 31년간이 흘렀지만, 그간 부임 후 첫 5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 감독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4번째 경기에서 첫 승을 거뒀고, 홍명보 감독과 신태용 감독도 5번째 경기에서는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전에서도 승리에 실패하면서 반길 수 없는 새 기록을 세웠다.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도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졸전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여유가 넘쳤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을 쏟아냈다. 스카이 스포츠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에게 매우 좋은 테스트였다. 나는 선수들이 보여준 것에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는 5백으로 나섰고, 깨기 어려웠다. 우리는 팀으로서 발전하고 성장하길 원한다. 모든 경기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면서 "이런 친선경기들은 이렇게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순간이다. 지난 3월 내가 첫 경기를 치른 뒤로 팀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의외의 발언과 함께 황당한 행보도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전을 마친 뒤 자신의 아들을 위해 웨일스 선수와 유니폼을 교환했다. 그는 웨일스전이 끝난 뒤 애런 램지(카디프시티)에게 유니폼을 요청했다. 국가대표 사령탑이 상대 선수에게 유니폼을 요청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유럽축구연맹(UEFA)과 인터뷰를 통해 "아들이 LA갤럭시에서 골키퍼로 뛰고 있다. 경기 전에 '램지의 유니폼을 받아줄 수 있냐'고 문자를 보냈다. 그래서 램지에게 유니폼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는 "클린스만 감독이 아들을 위한 엄청난 선물을 준비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A매치 경기가 남은 상황에서도 친선경기 출전 여부가 논란이 됐다. 첼시와 바이에른 뮌헨은 9일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故 지안루카 비알리를 기리기 위한 자선 매체를 개최했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명단을 발표했다. 뮌헨 레전드 명단에 유독 익숙한 이름이 있다. 바로 클린스만이다.
웨일스와 경기는 끝났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오는 13일 2번째 평가전이다. 그런데 참가 명단에는 이름이 올려져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보다. 결국 친선경기 불참으로 마무리됐지만 훈련장을 비롯해 여러 가지 논란 생기기도 했다. 이처럼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으로는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감독으로 보여주는 모습은 단 6개월만에 역대 사령탑 중 최악이라고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성적이 안 좋거나 튀는 언행을 보인 감독은 있었어도 클린스만만큼 막 나가는 감독은 없었다. 적어도 역대 다른 사령탑들은 모두 자신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슈퍼 스타 출신이라 한국 사령탑에 올 수 있었던 클린스만은 한국 사령탑 자리보다는 자신의 축구 선수 출신 샐러브리티 지위를 우선시하고 있다. K리그 경기보다는 인터 마이애미와 토트넘, 바이에른 뮌헨 경기에 대한 언급을 즐기는 것은 기본이다.
실제로 9월 A매치 명단 발표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클린스만 감독은 여러 언론에서 리오넬 메시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입성이나 해리 케인의 뮌헨 이적 등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이러한 방종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서 클린스만 감독은 어디까지나 글로벌한 축구계의 흐름을 따른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정도라는 것이 있다. 단적인 예로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를 직접 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직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화상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도 명단에 대한 기자 회견을 할 수 있던 상황서 굳이 영국 현장 인터뷰를 고집하며 국내 언론과 소통을 사실상 거부했다.
이전에 클린스만 감독 이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 감독들도 많다. 동일 국적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말년에 여러 비판을 받았으나 적어도 그는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직보다 자신의 축구 샐럽 지위를 우선시하지는 않았다. 여러모로 유일무이한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다.
사실 의외는 아닐 수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독일 축구계 주류보다는 아웃사이더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실제로 독일 축구 대표팀 사령탑 시절에도 비슷한 비판을 받아왔다. 이를 알고 뽑은 것 자체가 문제지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자리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다.
어쩌면 KFA가 한국 축구의 사령탑이 아닌 독일 국대 선수 출신 유명 샐러브리티를 채용하고 싶었던 것이라면 안성맞춤일 수 있다. 다른 나라나 클럽 감독 혹은 유명 선수 출신으로 보는 클린스만 감독은 너무 매력적인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이라면 축구 샐럽보다는 감독직을 우선시해야 한다.
여러모로 모든 사람들의 우려대로 흘러가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과 한국 대표팀의 동행. 예정된 불행된 결말이 그리 멀지 않았을까? 만약 모두가 예상한 대로 비극이 다가온다면 명성만 보고 뽑은 클린스만 선임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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