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절반 교부세 의존하는 지자체…신규사업 중단, 지출 구조조정 불가피
50조원 세수결손 시 교부세·교부금도 20조원 줄어
통상 2년 뒤 예산안서 반영…"재정자립도 고려"
지자체 "지방채 발행 어려워…지출 구조조정 불가피"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정부가 올해 국세수입이 쪼그라들면서 지방자치단체에 줘야 할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세 수입이 감소하면 교부세·교부금도 자동으로 줄어드는 구조이긴 하지만, 당해 연도에 지급을 하지 않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지방교부세가 지자체의 주요 재원인 만큼,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의 재정운영에 비상이 걸리게 생겼다.
국세 수입이 줄어들면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연동돼 줄어드는 구조다. 지방교부세법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는 지방정부 교부세로, 20.79%는 시·도 교육청에 지급되는 교부금으로 이전된다.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지방교부세는 75조2883억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75조 7606억원으로 총 151조489억원 규모다.
올해 세수가 60조원 안팎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급해야 할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도 20조원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올 들어 7월까지 국세 수입은 전년동기대비 43조4000억원 덜 걷혔다. 남은 5개월 동안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48조원 부족해진다.
올해처럼 세수가 감소할 경우 정부는 세입·세출 추가경정을 통해 교부세·교부금 예산을 줄여 지급 규모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올해까지 20년 간 세수 부족이 총 9차례 발생에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통해 교부세·교부금을 줄인 적은 없었다. 이들 재원이 지자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50.1%로, 재원의 절반을 정부에서 나눠주는 지방교부세 등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껏 당해 년도에는 기존 예산안대로 교부세·교부금을 지급한 후, 이듬해 결산을 통해 차차기년도에 추가 지급된 만큼을 차감해 왔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대해서 2년에 걸쳐 줄어드는 세수에 대한 충격을 줄여준 것이다. 2013년 한차례 1조원 가량을 불용한 사례가 있지만, 2014년 모두 지급한 후, 2015년 지방교부세 예산에서 다시 차감을 했다.
◇지자체 재정 운용 ‘비상’…“대규모 지출 구조조정 불가피”
지방교부세 및 교육교부금을 불용 처리한다면 지자체는 지방채를 발행해 당장 부족한 재원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지방재정법상 지자체는 2년전 연도 예산액의 10% 범위 내에서 행안부의 동의 없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교부세·교부금이 줄어들 것을 감안해 내년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방채를 대거 인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재부는 올해 100억원에 불과했던 지방채 인수 예산을 내년 2조60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다만 자체 재정이 작은 시·군 단위에서는 이마저도 쉽진 않다는 분위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내년에도 교부세는 크게 줄어드는데 자체 세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올해 예산대비 수입이 10%가량 줄어들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세출 구조조정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긴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앙정부가 건전재정을 이유로 국채 발행을 지방에 떠넘기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는 물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복지 예산 비중이 높아 더욱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면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세수 부족분을 반영한 교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비 (demeter@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기가 대전 교사 사망케한 학부모 식당"...결국 '급매'
- [누구집]홍진영 35억 건물주 됐다…고소영과 송정동 이웃
- 부산 아파트 화재로 숨진 일가족…선행 베풀던 다문화가족이었다
- 12살 연상녀와 혼인신고한 아들, 혼인취소 될까요[양친소]
- 부패된 시신 옆 굶은 네살배기...숨진 엄마, 집세 못냈다
- 74명 중 유일한 언더파 박지영, KB금융 역전 우승 "참고 잘 버텼다"(종합)
- 한성주, 12년 만에 등장한 뜻밖에 장소
- "그래서 어쩌라고!"...최원종 편지에 두 번 우는 피해자들
- 피겨 서민규, 주니어 그랑프리 깜짝 우승…‘차준환 이후 7년만의 쾌거’
- [시니어 건강]몸이 붓고, 숨 차는 증상 반복땐 ...“심장 이상 경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