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만의 최강 지진 강타 모로코…2천100명 넘게 사망

이종훈 기자 2023. 9. 11.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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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모로코를 강타한 120년 만의 최강 지진 희생자가 2천100명을 넘어섰습니다.

지진 발생 사흘째 규모 4.5의 여진이 관측되고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필사의 생존자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구조대의 접근이 어려운 산간 지역의 피해가 커 사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8일 밤 11시 11분쯤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관측된 규모 6.8의 지진은 지난 120여 년간 이 주변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습니다.

모로코 국영 일간지 '르 마탱'은 지금까지 이번 지진으로 2천122명이 숨지고 2천421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천351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다트 주 492명, 치차우아 주 201명 등의 순이었습니다.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에서도 17명이 희생됐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모로코 내무부는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터라 사상자가 더 늘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도 이번 모로코 강진의 인명피해 추정치 평가를 지진 발생 직후 내린 기존의 '황색경보'에서 '적색경보'로 두 단계 상향했습니다.

지질조사국은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천∼1만 명일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지만 1만∼10만 명에 이를 가능성도 21%로 전망했고, 6%의 확률로 10만 명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으로 30만 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습니다.


강진 피해 지역에서는 필사의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지진 발생 이후 72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생존자 구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의 글로벌 운영 책임자인 캐롤라인 홀트는 성명에서 "앞으로 24∼48시간이 생존자 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피해 지역의 험준한 산세와 취약한 도로 여건이 구조대의 발목을 잡으면서 곳곳에서 가족을 잃은 생존자들이 절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진앙과 가까운 알하우즈 주 물라이 브라힘 마을 광장에서는 주민들이 시신 수십구를 모아 간이 장례를 치른 뒤 공동묘지로 옮기는 모습이 항공사진으로 포착됐고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치우다 가족의 시신을 발견해 울부짖는 주민도 보였습니다.


구조대는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를 따라 피해 지역에 접근해야 하지만 지진이 산을 뒤흔들면서 떨어져 나온 암석이 도로 곳곳을 막아놓았다고 물라이 브라힘 지방정부는 전했습니다.

여진도 이어졌는데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휴일인 10일 오전 9시쯤 마라케시 서남쪽 83㎞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여진과 금이 간 건물의 추가 붕괴를 우려해 주민들은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노숙을 이어갔습니다.

전통시장과 식당, 카페 등이 모여있는 마라케시의 명소 제마 엘프나 광장은 이들의 피난처가 됐습니다.

모로코 마라케시 쿠투비아 모스크 첨탑 (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 사진, 연합뉴스)


이번 지진으로 모로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라케시 옛 시가지 메디나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미나렛)도 일부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대 도시의 건물과 벽은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은 까닭에 모로코에서는 전례가 드문 강력한 진동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진앙이 위치한 아틀라스산맥의 가장 중요한 유적 중 하나인 틴멜 모스크도 이번 지진으로 일부가 무너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모로코로부터 공식 지원 요청을 받은 스페인이 군 긴급구조대(UME) 56명을 현지에 파견하는 등 모로코를 돕기 위한 지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튀니지에서는 구조팀 50여 명이 모로코로 향했고, 카타르에서도 87명의 인력과 구조견 5마리가 현지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알제리도 모로코와 단교 이후 2년간 폐쇄했던 영공을 인도적 지원과 부상자 이송을 위한 항공편에 개방했습니다.

그러나 모로코 당국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없어 도움을 주려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모로코가 공식 지원을 요청한 나라는 스페인, 튀니지, 카타르, 요르단 등 4개국이 전부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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