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는 방법 [인문산책]

2023. 9. 1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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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며 신발 끈을 묶는 아침.

첫째는 절을 올리고 머리를 바닥에 대는 계수(稽首), 둘째, 절을 올리고 머리를 손등에 대었다가 고개를 들고 다시 바닥에 대는 돈수(頓首), 셋째, 절을 올리고 머리를 손등에 대었다가 일어서는 공수(空首), 넷째는 팔을 활짝 펼쳤다가 도로 모으고 절을 올리는 진동(振動), 다섯째는 절을 올리고 머리를 조아리는 길배(吉拜), 여섯째는 머리부터 조아리고 절을 올리는 흉배(凶拜), 일곱째는 한 번 절하는 기배(奇拜), 여덟째는 두 번 절하는 포배(褒拜), 아홉째는 몸을 굽히기만 하는 숙배(肅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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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편집자주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며 신발 끈을 묶는 아침. 바쁨과 경쟁으로 다급해지는 마음을 성인들과 선현들의 따뜻하고 심오한 깨달음으로 달래본다.
ⓒ게티이미지뱅크

'주례'(周禮)에 따르면, 절하는 방법은 아홉 가지다. 첫째는 절을 올리고 머리를 바닥에 대는 계수(稽首), 둘째, 절을 올리고 머리를 손등에 대었다가 고개를 들고 다시 바닥에 대는 돈수(頓首), 셋째, 절을 올리고 머리를 손등에 대었다가 일어서는 공수(空首), 넷째는 팔을 활짝 펼쳤다가 도로 모으고 절을 올리는 진동(振動), 다섯째는 절을 올리고 머리를 조아리는 길배(吉拜), 여섯째는 머리부터 조아리고 절을 올리는 흉배(凶拜), 일곱째는 한 번 절하는 기배(奇拜), 여덟째는 두 번 절하는 포배(褒拜), 아홉째는 몸을 굽히기만 하는 숙배(肅拜)이다. 학자에 따라 설명은 조금씩 다르지만, 절하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른바 ‘큰절’이라는 것도 지방마다 집안마다 조금씩 다르다. 절을 하려면 무릎을 꿇어야 하는데, 무릎 꿇는 동작부터가 다르다. 두 무릎을 동시에 굽히는 것이 맞다는 주장도 있고, 그것은 승려나 도사의 절이라며 한 쪽씩 차례로 굽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손 모으는 방법과 위치도 제각각이다. 손을 모은 뒤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일단 무릎부터 꿇고 손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손의 위치는 경조사에 따라 다르다. 길사는 오른손이 위, 흉사는 왼손이 위라는 견해가 대세지만, 반대로 하는 것이 바르다는 소수 의견도 있다.

여성이 절하는 방법엔 이견이 더욱 많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두 손을 맞잡고 머리는 땅에 닿도록 숙여야 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 손을 좌우로 늘어뜨린 채 허리를 펴고 고개만 살짝 숙여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머리 장식이 무겁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아이를 안은 채로 절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절하는 방식이 제각각인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이란 원래 통일성이 부족하다. 대대로 전해왔다고 자랑하는 전통이라도 그것이 원래의 모습인지는 알 길이 없다. 여러 사람을 줄 세워 놓고 귓속말을 전하면 끝에 가서는 엉뚱한 소리가 나오는 법이다. 하물며 오랜 세월 전해온 행위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그나마 믿을 만한 것이 문헌 기록인데, 구체적 사실과 추상적 언어의 거리는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니 어느 것이 전통인지, 누가 옳은지 옥신각신할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그대로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요컨대 절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우리집에서는 이렇다”라고 하면 말이 되지만, “전통이 이렇다”라고 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 절하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절하는 방법도 모른다’라고 혀를 차면 곤란하다. 저명한 조선시대 유학자들조차 함부로 단정하지 못했다. 제 소견만 믿고 세상이 전부 그런 줄 알면 곤란하다.

장유승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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