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회담, 가장 우려하는 3가지 경우의 수
관계 재설정…'위협인식 공유' 관건
러시아, 무기 기술 이전? 지역 군사균형 깨져
한러관계도 파탄…정부, 우크라 직접 지원 가능해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이 임박했다. 양측의 결속은 단순히 무기거래에 그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러시아의 자동 참전 조항 부활 △폐잠수함 지원을 통한 북한 군사력 강화 △한러 협정 파기에 따른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 무엇이 가장 우려되는지 쟁점 3가지를 짚어봤다.
북러, 군사협력 합의…법적 '동맹'관계 회복 가능성은
북한과 러시아는 엄밀히 말하면 '군사적 동맹관계'가 아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90년 한국과 수교하면서 6년 뒤 북한과의 상호조약에 담긴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삭제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참전하는 것과 다른 부분이다. 북러는 2000년 조약과 선언을 통해 '침략 또는 위험 상황 발생 시 바로 상호 접촉한다'고 약속했지만, 양측의 관계는 정치·군사동맹보다는 경제협력관계에 가깝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군사개입 조항이 복원되거나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양측의 협력수준이 격상되면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큰 부담이다. 북한의 도발에 맞서려 해도 러시아라는 변수를 직접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앞서 북한 정권수립(9·9절) 75주년 축전에서 "모든 방면의 쌍무적 연계를 계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을 확신한다"며 관계 변화를 예고했다.
다만 이에 맞서 한미일 안보협력이 심화하는 건 러시아에 부담요인이다. 이에 복수의 러시아 전문가들은 양측이 "일단 상호 지지입장을 표명하고 국제 연대를 과시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크라전 외톨이' 러시아, 편들어준 북한에 설계도·불용무기 제공?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외톨이 신세다. 북한의 탄약, 포탄지원이 절실하다. 문제는 북한이 무엇을 받을 것이냐인데, 러시아가 폐핵추진잠수함을 북한에 건네거나 소형원자로 기술을 넘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러시아가 불용무기를 지원해 첨단무기 개발에 일조한 사례는 많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이 대표적이다. 러시아가 비용부담으로 운영하지 못하는 바랴크호를 싼값에 사와 개조했다. 북한이 2015년 처음 시험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도 소련 붕괴 직후 중고로 사들인 골프급 러시아 잠수함의 SLBM인 R-27을 개량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장기적으로 군사기술을 개발하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다만 이 또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 외교소식통은 "러시아가 핵 관련 기술 지원을 하게 될 경우, 중국과 연대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미 당국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현장을 공개하고, 북한과 인재교류를 하는 수준의 협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 군사협력, 한러 군사협력 협정 무력화로?
북러 군사협력 강화는 한러 관계에도 치명적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당초 △국제법에 입각한 우호관계 발전 △무력위협 금지 및 분쟁의 평화적 해결 △정기적 협의 등을 원칙으로 관계를 정상화했다. 이후 경제분야와 국방·군수 분야 협력을 강화하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한러 국방협력협정을 보면, 외교채널 협의를 통한 분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와 결탁해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킨다면, 이는 한러 관계의 뼈대를 허무는 일이다.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직접 지원을 금지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먼저 원칙을 깬다면 정부 방침은 정당성을 잃을 수도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낮은 단계의 재래식 무기라도 북러 간 거래가 성사되면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을 명분이 약해진다"면서 "핵자산을 동원한 북러 연합훈련이 되레 한미일의 확장억제 수준을 높이고 국내 전술핵 재배치 여론을 키우는 결과로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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