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비무장지대 넘어 골인하고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국내외 5400명 건각, 가을 만끽하며 레이스
"1년 만에 빗장 풀린 민통선 달려 가슴 벅차"
“비무장지대(DMZ) 넘어 골인하는 날, 꼭 오리라 믿어요.”
강원 철원군과 한국일보가 함께 주최하고 철원군 체육회가 주관한 ‘제20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대회’가 10일 철원군 장흥리 고석정 및 민통선 코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 대회에는 국내외 건각과 주한 외교사절 등 5,400여 명이 참가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고석정 광장에 모여 에어로빅으로 가볍게 몸을 푼 마라토너들은 이날 오전 9시부터 DMZ풀코스(42.195㎞), 10㎞, 5㎞, 고석정 꽃밭 걷기 순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출발선엔 타악그룹 ‘라퍼커션’과 ‘포니케’가 박진감 넘치는 리듬으로 분위기를 띄웠고, 이현종 철원군수와 손용석 한국일보 마케팅본부장, 한기호(국민의힘) 국회 국방위원장, 임대수 철원군 체육회장, 김화종 육군 제6보병사단장, 김정수ㆍ엄기호 강원도의원, 이다은ㆍ장용 철원군의원, 2022미스코리아 입상자들이 참가자의 완주를 기원했다.
이 군수는 대회사에서 “더 웃고 더 행복한 희망을 가꾸는 철원을 찾아주신 마라톤 동호인을 철원군민들과 함께 환영한다”며 “평화통일을 꿈꾸며 DMZ와 황금들녘을 마음껏 달리고 아름다운 추억이 남는 대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은 이날 배포한 인사말을 통해 “수많은 마라톤대회가 있지만 태고 이래 자연 그대로의 비경과 녹슨 기차와 총알 자국이 뚜렷한 역사의 현장을 품은 이 대회 코스는 더욱 독보적”이라며 “평화와 안녕을 염원하는 마라토너들의 마음과 기운이 모아져 휴전선 너머, 나아가 전 세계에 퍼져나가길 소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기호 위원장은 “청정자연과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며 멋진 하루를 즐기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DMZ하프코스 참가자는 이날 오전 9시 30분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판으로 잘 알려진 월정리역을 출발, 고석정 결승점에서 레이스를 마무리했다. 하프코스 출발선엔 한종문 철원군 부의장이 나와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건각들은 1년 만에 빗장이 풀린 민통선(15㎞)과 황금들녘을 달리며 어느새 다가온 가을을 만끽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철원을 찾은 김상언(39)씨는 “높고 맑은 하늘을 보니 가을이 왔음을 새삼 느꼈다”며 “70년 넘게 문이 닫힌 월정리역과 평화의 종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뉴욕마라톤에서 곤룡포(袞龍袍)를 입고 출전한 지인학(62)씨는 이번에도 같은 복장으로 하프코스를 완주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 참가자들은 황금들판과 한탄강 등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과 대전차 방호벽 등 군사시설이 이채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10㎞를 완주한 미국 출신의 바네사 제이코번(28)은 “확 트인 평야가 마일하이 시티(해발 1,600m)인 고향(미국 콜로라도 덴버)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며 “70년 전 역사의 현장을 달리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코스모스와 맨드라미 등 형형색색 꽃이 활짝 핀 고석정 꽃밭 걷기 코스에서도 함박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남자부 풀코스에선 케냐의 무리우키 마틴 카로키(23)가 2시간 40분 28초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여자부에선 3시간 9분 16초 만에 골인한 노은희(49)씨가 대회 첫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주최 측은 남녀 풀코스와 하프코스는 10위까지, 10㎞와 5㎞는 각각 7위, 5위까지 상금과 상장, 트로피를 수여했다. 20대부터 60대 이상 연령대별 상위 5명도 오대쌀과 상패를 받았다. 참가자 모두에겐 철원 오대쌀(3㎏)과 철원사랑상품권(6,000원)이 지급됐다. 후삼국시대 철원을 도읍으로 했던 태봉국 건국 1,118주년을 기념한 신청자(대회 1,118번째 접수)와 대회가 열린 9월 10일을 의미하는 풀코스 910위 등 이색 시상도 이어졌다.
철원=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철원=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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