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공산 전체주의’가 철 지난 반공? 민주당은 설명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지금 북·중·러를 보라… 사실상 공산+전체주의 아닌가
그들을 무턱대고 옹호하면서 전체주의적 행태 비판 못 하는 민주당은 어느 쪽 정당인가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지난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광복절 경축사의 한 문장이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 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반국가 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결코 이러한 공산 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야권은 크게 반발했다. 지금 이 시점에 무슨 이념 논쟁이며 반공 타령이냐는 것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 대책 회의에서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살려야 할 것은 반공이 아니라 민생”이라고 지적했다. “2023년 대한민국에는 공산 전체주의라는 듣도 보도 못한 유령이 떠돌고 있다”는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의 발언 역시 마찬가지다. 공산주의는 과거의 유물이고 반공 운운은 어불성설이라는 소리다. 과연 그럴까?
지난 역사를 놓고 볼 때 ‘공산 전체주의’는 이상한 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세력은 나치 독일, 이탈리아, 일본으로 구성된 전체주의 세력과 충돌했다. 전쟁이 끝나면서 전체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냉전 종식과 함께 공산주의 역시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윤 대통령이 말한 ‘공산 전체주의’가 생뚱맞게 들린 이유다.
문제는 그러한 관점으로 오늘날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제를 넘어 군사 영역에서도 미국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중국은 세계 2위 GDP를 과시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공산국가다. 민주주의 흉내를 내는 러시아는 제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중국의 경제적 후원을 받으며 생존하는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는 대가로 첨단 무기 기술을 전수받는 중이다.
이 세 나라는 20세기에 공산권 국가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사실상 전체주의 국가라는 점 또한 마찬가지다. 구 공산권에 속하는 나라들이 전체주의적 행보를 보일 때, ‘공산주의’도 ‘전체주의’도 쓰지 않고 그들을 설명하는 일이 과연 가능한가?
여기서 우리는 과거 용어를 쓰지 않고 현재를 그려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된다. 우리가 이런 난국을 만난 이유는 간단하다. 러시아, 중국, 북한 3국 스스로 그런 혼란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중국은 공산당이 다스리는 나라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극심한 자본주의적 모순, 특히 경제적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거의 금서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 정도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인가, 아닌가? 이런 황당한 모순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아직 우리에게는 없다.
이는 북·중·러 3국을 옹호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을 향한 비난에 맞서 ‘철 지난 반공주의’라고 호들갑스럽게 반발하지만, 대체 자신들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기술은 내놓지 않는다. 마치 1945년 8월 16일부터 독립운동을 시작한 애국지사처럼 반일 선동에 기대 정치적 생명을 이어 나가고 있을 뿐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내놓은 발언을 떠올려 보자.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가 가입시켜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결국은 충돌했”다는 그의 관점은, 양비론의 탈을 쓴 러시아 옹호론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가 구 공산권 핵심 국가이며 푸틴이라는 독재자가 전체주의적으로 통치하는 나라 편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에 공산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일본에도 공산당은 있다. 헌법에 사상과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이 명시되어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리라 믿는다. 모든 정당과 정치 세력이 자신들의 이념과 지향에 대한 구체적 설명 의무를 마땅히 수행한다는 전제에서 그러하다.
윤 대통령의 ‘공산 전체주의’ 발언은 너무도 서툴고 거칠었다. 하지만 그 문제의식은 함께 되새겨 볼 일이다. 구 공산권에 속하는 북·중·러 3국의 행보를 무턱대고 옹호하면서, 그들의 제국주의적, 전체주의적 행태에 대해 단 한마디도 비판하지 못하는 그런 정당과 정치 세력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kg 2억짜리 ‘흰금’... 홍콩서 초고가 낙찰된 화이트 트러플
- ‘배현진 습격’ 중학생 심신상실 주장…배 측 “합의 안해”
- ‘음주운전 자숙’ 김새론, 영화 복귀… 남자배우는 제약사 대표
- ‘따릉이’ 27대 하천에 내던진 20대 男 징역 1년
- 만취 상태로 경찰 폭행·모욕한 초임 검사, 벌금형...'기습 공탁' 먹혔다
- SK 3세 이승환, 서바이벌 예능 출연… “가족들에 혼날까 봐 말 안 해”
- [쫌아는기자들] 샘 올트먼과 오픈AI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운명 바꿀 기회” 코인 투자리딩 사기조직에 1만5000명, 3200억원 피해
-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트럼프 2기 긍정 측면도 봐야”
- 고교 여자화장실 ‘갑티슈 몰카’ 10대, 징역 4년→6년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