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90% 장악한 엔비디아, 누가 독주 막을까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3. 9. 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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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뉴 엔진’] [2부] [1] 전세계가 AI 반도체 전쟁

7월 27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 본사. 세레브라스 관계자의 손엔 A4 용지 크기의 커다란 AI 반도체가 들려 있었다. ‘WSE-2′라는 이름의 이 반도체는 현존하는 세계 최대 크기 AI 반도체다. 반도체의 원판인 웨이퍼 한 장 전체를 하나의 반도체로 만들어 연산력을 극대화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를 포함한 세계적 투자자들이 7억4000만달러(약 9900억원)를 이 회사에 투자했다. 세레브라스의 기업 가치는 41억달러에 달한다. 세레브라스 관계자는 “더 작은 공간에, 더 적은 전력을 쓰는 AI 반도체를 개발하면 AI와 반도체 산업 전체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레브라스의 AI 반도체 'WSE-2'. 이 뒤로 보이는 미술 작품은 이 반도체의 회로를 확대해 색을 입힌 것이다./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미래 테크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AI 반도체 전쟁이 치열하다. AI 학습과 연산에 특화된 AI 반도체는 오픈AI의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래의 가능성에 머무르던 AI가 실생활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더 정교한 AI를 만들고 서비스하기 위해 모든 기업들이 AI 반도체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AI 반도체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내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올해 534억달러 규모인 AI 반도체 시장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해 2027년 1194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반도체와 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데이터센터 등을 포함한 생태계 규모가 2030년 30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AI 반도체가 미래 반도체 산업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미국 엔비디아가 90%를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다. 하지만 기회는 열려 있다. 엔비디아 의존을 줄이려는 테크 기업들과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신제품 개발과 출시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를 구성하는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리벨리온·사피온·퓨리오사AI 등 토종 스타트업들의 AI 반도체는 글로벌 AI 대회에서 엔비디아를 뛰어넘는 성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각) 세레브라스 본사 라우드룸에서 볼 수 있었던 액체 냉각 시스템의 모습./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세레브라스는 현재 전 세계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AI 반도체 업체이다. 세레브라스 본사는 회사라기 보다는 연구실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라우드룸(소음실)은 냉각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양쪽 벽에는 거대 인공지능(AI)칩이 탑재된 서버들이 가득 진열돼 있었고, 우측에는 20갤런 규모의 물탱크 6개가 일렬로 장착된 냉각수 펌핑 시스템이 보였다. 소음실 밖 실험실에선 세레브라스 직원들이 현미경으로 냉각 시스템에 들어가는 부품을 살피며 토론하고 있었다. 세레브라스 관계자는 “우리가 만든 웨이퍼 크기의 거대 AI 반도체는 일반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 비해 연산력이 획기적으로 좋지만, 동시에 더 빨리 뜨거워지는 단점이 있다”며 “고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을 직접 실험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7월 27일(현지시각) 미국 세레브라스 본사에서 로버트 콕스 세레브라스 서비스 책임자가 AI용 컴퓨터인 CS-2의 구성을 설명하고 있다./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세레브라스는 지난 7월 창사 7년 만에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AI컴퓨터 ‘CS-2′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64개의 CS-2로 이루어진 AI수퍼컴퓨터 한 대의 가격은 1억달러(약 1300억원)에 이른다. 세계 각국이 과학기술 경쟁력의 핵심으로 여겨온 수퍼컴퓨터 시스템과 비슷한 가격이다. 세레브라스의 AI컴퓨터는 UAE가 구축하는 수퍼컴퓨터 네트워크 ‘콘도르 갤럭시’에 탑재돼, 아랍어 기반 AI 대형언어모델(LLM) 구축에 활용될 예정이다. 세레브라스는 UAE와 2024년 말까지 최대 9대의 수퍼컴퓨터를 추가로 구축하는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AI 반도체가 각광을 받으면서 그동안 투자금을 모두 연구비로 써온, 세레브라스는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테크 업계에선 AI 붐으로 세레브라스와 같은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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