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여정이 대한민국 국회에 온 줄 알았다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탈북자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을 향해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다”고 소리쳤다. 탈북자인 기자는 대정부 질문 방송을 보다가 귀를 의심했다. 북한이 탈북자를 향해 쏟아내는 저주의 악담이 대한민국 국회 회의장에서 나오다니. 3년 전 “탈북자 쓰레기들’을 외치던 김여정이 대한민국 국회에 온 줄로 착각할 정도였다.
북한의 탈북자 공격과 닮은 야당 의원들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4월 ‘제주 4·3은 김일성 지시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태영호 의원을 향해 “그럼 북한이 태 의원에게 한 말도 그대로 믿어도 되냐”고 했다. 북한이 태 의원에 대해 ‘미성년자 강간범’이라고 비난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지난 2020년 문정복 민주당 의원은 SNS에 태영호 의원의 대정부질문에 대해 “변절자의 발악으로 보였다”고 글을 올렸다 삭제한 일이 있었다. 한 탈북 청년은 2012년 민주당 임수경 의원에게 “대한민국에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아. 이 변절자 XX들아”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북자들을 적법 절차를 어기고 강제 북송했다. 이쯤 되면 민주당의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북한이 탈북자를 바라보는 시각과 비슷하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게다가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이 ‘혐오’ 발언이라니.
특히 기자가 놀랐던 것은 ‘쓰레기’ 발언과 함께 나온 야당의 ‘빨갱이’ 발언이었다. 입만 열면 ‘민주’를 외치는 야당 의원들이 군사정권이 민주화 운동 세력을 탄압하던 용어로 탈북자를 공격한 것이다. 괴물을 욕하다 괴물을 닮아간다. 민주당은 탈북자를 향해 괴물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북한 정권의 막말을 탈북자에게 그대로 받아친 박영순 의원은 혹시 대한민국 국회가 아니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소속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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