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주의’ 잡스도 파헤친 이 시대 초상화가
일론 머스크의 전기를 집필한 윌터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와 아인슈타인, 헨리 키신저 등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글로 쓴 전기(傳記) 작가로 유명하다. 가디언 등 외신들은 그를 ‘이 시대 완벽한 초상화가’라 평가한다.
타임지 편집장 등을 지낸 아이작슨은 1992년 키신저를 시작으로 벤저민 프랭클린,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살아있는 사람과 이미 사망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전기 집필에 몰두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삶 전체를 조망하고 분석하는가 하면, 사망한 사람은 각 인물의 노트나 편지를 긁어모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머스크도 아이작슨이 쓴 프랭클린 전기와 아인슈타인 전기를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책으로 소개해왔다.
아이작슨은 집요한 취재를 통해 책을 쓴다. 잡스의 전기를 쓸 때는 2년에 걸쳐 그와 40번 이상 인터뷰를 했으며 100명 이상의 가족과 친구, 동료들과 만나 잡스에 관해 물었다.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동네를 직접 찾아가 가족사와 학창 시절 등을 취재하기도 했다. 한 인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은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잡스에 이어 애플 CEO에 오른 팀 쿡은 “이 책은 잡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다”면서 “잡스는 (책에 묘사된 것처럼)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 사람이 아니었다”고 했다.
아이작슨의 글이 ‘불편한 진실’을 알리는데도 잡스나 머스크 같은 유명인이 전기를 맡기는 이유는 자신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개발 제품은 물론 사생활에서도 ‘비밀주의’를 고수해온 잡스나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머스크가 아이작슨에게 자신의 전기를 부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화를 각색하거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며내지 않고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이작슨의 접근법은 근본적으로 저널리즘적”이라며 “극도의 부지런함으로 인물에 대해 철저하게 종합적으로 접근한다”고 했다. 미 IT 매체 더버지도 “잡스는 아이작슨을 통해 그에 관한 모든 것을 대중이 볼 수 있도록 자신을 내려놓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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