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판도 뒤집을 400조 시장… 스타트업·빅테크 글로벌 대전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3. 9. 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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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뉴 엔진’] [2부] AI 반도체, 미래 테크 산업 주역으로
그래픽=김현국

본지는 ‘한국경제의 뉴 엔진’ 1부 6회에 걸쳐 전고체 배터리, 조선, 자율주행, 소형모듈원전, 배터리 소재, 재활용 플라스틱 등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신산업 분야를 조망했다. 2부에서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석학들이 한국이 꼭 뛰어들어야 할 미래 산업으로 꼽은 AI 반도체, AI·양자컴퓨터, 로켓·위성, 로봇·스마트공장, 바이오 등 5개 분야를 살펴본다. 미 AI 반도체 업체 세레브라스, 양자컴퓨터의 산실 뉴욕 IBM 왓슨 연구소, 스페이스X의 우주기지 텍사스 보카치카 등 미래 산업 패권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글로벌 기업·대학 현장을 방문하고, 이들과의 경쟁을 꿈꾸는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AI 반도체는 AI시대에 맞춰 등장한 신사업이자 반도체는 물론 테크 산업 전체를 키우는 게임 체인저이다. AI 반도체 업체들이 설계하면 삼성전자·TSMC 같은 파운드리(위탁 생산)가 고성능 메모리를 결합해 생산한다. 이 AI 반도체는 AI를 학습시키고,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사용된다. AI 서비스는 클라우드(가상 서버)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가 핵심 고객이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AI 반도체가 필요하다. 챗GPT를 서비스하는 오픈AI 서버에만 2만9000개의 AI 반도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이유이다. 이들의 경쟁으로 AI 반도체 성능이 개선되면 AI 서비스 자체의 품질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인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AI붐에 들썩이는 스타트업계

지난 7월 10일(현지 시각) 미국 팰로앨토 한 커피숍에서 '뇌밸리(Cerebral Valley)' 모임에 참석한 인공지능(AI) 개발자, 창업자,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있다./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지난 7월10일 실리콘밸리 팰로앨토 스탠퍼드대 인근 커피숍에 3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AI 붐이 일어나며 형성된 ‘뇌밸리(Cerebral Valley)’ 동호회 멤버들이다. 창업을 준비 중인 AI 개발자 차이 난담씨는 “현재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전력 소모나 가격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면서 “스타트업과 개발자들은 AMD, 인텔을 비롯해 스타트업 제품까지 다양한 대체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능이 더 뛰어나지 않더라도 가격이나 전력소모가 1%만 낮은 AI 반도체를 내놓는다면 그 기업이 시장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AI 반도체 시장의 초기 승자가 엔비디아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은 지난 2016년 직접 자사 GPU로 구성된 서류 가방 크기의 AI 수퍼컴퓨터를 오픈AI를 세운 일론 머스크와 샘 올트먼에게 전달했는데, 이 장비는 기존 컴퓨터 프로세서(CPU)로 6일 이상 걸리는 작업을 단 2시간 만에 해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GPU가 ‘AI 훈련의 기본 장비’로 인식되면서, 올 들어 엔비디아 주가는 218.35% 급등(현지 시각 8일 기준)했다. 반도체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시총 1조달러를 돌파했고, A100·H100 등 엔비디아의 대표 제품은 전 세계 주요 테크 기업들뿐 아니라 각국 정부까지 나서서 사재기하면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다만 테크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은 과거 인텔이 장기간 장악한 CPU 시장과는 다를 것으로 본다. 수많은 기업이 초기에 불과한 AI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엔비디아가 계속 독점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는 많은 전력이 필요하고 가격도 비싸다. AI 반도체 개발과 검증, 고객사 확보 등에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누군가 이를 뛰어넘는다면 엔비디아 독점 시대를 무너뜨릴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의 성장세가 다른 기업들의 가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대기업들도 ‘자체 반도체 러시’

구글·애플 같은 빅테크들도 엔비디아에 맞서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체 AI 서비스를 더욱 효율적으로 돌리기 위해서이다. 지난달 29일 구글은 기존 제품보다 AI 훈련 성능이 2배, 추론 성능이 2.5배 개선된 차세대 AI 반도체 ‘TPU(텐서 프로세싱 유닛) v5e’를 공개했다. MS는 AMD와 협력해 내년 ‘아테나’라는 AI 칩셋을 개발할 계획이고, 메타는 지난 5월 ‘MTIA’라는 자체 개발 AI 반도체를 공개했다. 중국은 최근 화웨이가 엔비디아 A100 수준의 AI 반도체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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