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백지신탁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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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시행 중인 '주식 백지신탁' 제도는 고위 공직자가 3000만 원을 초과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를 금융기관에 맡겨 60일 안에 처분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경실련은 3000만 원을 초과한 주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가 늘었으나 인사혁신처의 직무관련성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난달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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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시행 중인 ‘주식 백지신탁’ 제도는 고위 공직자가 3000만 원을 초과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를 금융기관에 맡겨 60일 안에 처분하도록 하는 것이다. 재산 처분을 제3자가 해 공적 직무와 개인적 이해간 충돌을 막자는 취지다. 주식 처분에 이의가 있으면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해 직무관련성 여부를 판단받을 수 있다.
백지신탁 제도를 도입한 계기는 2003년 참여정부 출범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 진대제 씨가 당시 정보통신부 장관에 지명되면서였다. 그는 삼성전자 주식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다량 갖고 있어 논란을 빚었다. 이후 여야는 2004년 총선에서 ‘주식 백지신탁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2005년 공직자윤리법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과 장·차관을 포함한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4급 이상 공직자들은 직무와 관련된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맡겨야 한다.
하지만 제도 시행 18년째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6월 ‘21대 국회의원의 3년간 주식재산 변동 실태조사’ 결과, 3000만 원 초과 주식을 보유한 110명 중 55명 만이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했다고 신고했다. 또 경실련은 3000만 원을 초과한 주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가 늘었으나 인사혁신처의 직무관련성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난달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런 상황에 제도를 거부하는 고위 공직자까지 등장하고 있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배우자의 서희건설 지분 처분을 거부하고 최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배우자는 서희건설 창업주 이봉관 회장의 장녀 이은희 사내이사다. 앞서 박 실장은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직무로 취득하는 정보가 사적 이익에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을 받고도 행정소송을 벌이는 게 고위 공직자의 자세인지 되묻고 싶다. 박 실장은 내년 총선에서 부산 중·영도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역시 배우자가 보유한 8억 원대 주식 처분 요구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이 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고위 공직자들이 불복 소송을 하는 것은 시간끌기 수단이라는 지적이다. 본인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양손에 ‘권력과 돈’을 쥐고 놓지 않으려 한다면 애초에 그 자리를 맡지 말았어야 하지 않을까.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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