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오염수 방류와 해양레저 산업이 직면할 위기
지난 8월 24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처리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정화한 후 희석해 배출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이지만 인접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은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신뢰하겠다고 표명했는데 오염수 방류 문제로 일본과 신경전을 벌여온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러시아도 안전성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해양 방사능과 수산물 방사능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세웠지만 국민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은 점차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소비 위축으로 수산업 관련 종사자의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정치적 논란은 점점 확산되며 사회적 갈등은 줄어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오염수 방류 직후 수산업이 직격탄을 맞는 가운데 같은 바다를 근간으로 하는 해양레저 산업 또한 그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해양레저 산업은 지역마다 다양한 특색을 지닌다. 동해는 깊고 맑은 물과 큰 파도가 특징인 만큼 서핑과 스쿠버 다이빙에 적합하고 남해는 많은 작은 섬이 있어 레저관광, 낚시 보트가 인기 있다. 온화한 기후 덕분에 다양한 해양 생물을 관찰할 수 있어 스노클링 또한 활발하다. 갯벌이 넓게 분포하고 조수 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는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있어 바다낚시를 즐기는 동호인이 많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양 스포츠와 액티비티로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해양레저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력수상레저기구는 매년 3000대 이상 신규 등록되고 있으며, 조종면허자의 신규 취득자도 매년 2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낚시 인구는 2010년 652만 명에서 2022년 973만 명까지 늘어났으며, 내년에는 10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해양레저 산업의 잠재력이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와 같은 외부 위험 요인에 의해 불확실성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이 앞으로 약 3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문화를 창출할 기회에 들어선 우리의 해양레저산업은 최악의 경우 존폐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해양레저 활동에 대한 예약 취소와 매출 감소가 생겨났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로, 올해 초 부산연구원에서 조사한 오염수 관련 시민 인식 조사 결과가 있다. 이 조사에서 방사능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87%, 수산 식품과 해양레저 관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데이터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얼마나 높은 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는 조선산업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전 세계를 누비는 수많은 선박의 평형수 처리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자국 해양 생물의 생태계 교란을 억제하고자 일부 국가에서는 연안에서의 평형수 배출을 금지하고 있는데, 만약 방사능 오염수가 평형수로 사용될 경우 전 세계 바다의 오염 확산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오염수 방류는 단순히 수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근간인 바다가 오염됐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 수산업뿐만 아니라 해양레저·해양관광을 포함한 해양산업 등 국민 경제와 밀접한 기반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은 물론 과학적 연구와 검증을 통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발생할 오염 위험 가능성을 인식하고 해양 생태계 보존과 수산업 및 해양산업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다양한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통한 해결책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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