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바람이 모여 파장을 일으키고 파도가 되길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기계 소리와 트럭으로 항상 혼잡한 산업의 현장 영도 물양장 일대에서 전국 문화 도시 박람회가 개최됐다. 전국 곳곳에서 도시가 문화로 변화하도록 노력해 온 많은 사람이 모여 각 도시의 활동을 안내하고 교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체 박람회 중 하나의 파트인 전국 로컬 문화인 쇼케이스에 참가한 100여 팀이 각양각색의 색깔로 영도 물양장 길을 가득 채웠다. 평소였다면 물류 차량을 포함해 차들이 점령했을 거리를 멀게는 속초 제주 서귀포 인천 등 전국에서 다양한 궤적을 그리고 있는 문화인들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
전국 로컬 문화인 쇼케이스 이름인 WWW는 Wide·바람, Wavelenth·파장, Wave·파도라는 의미로 문화인들 스스로의 움직임인 바람이 동료를 만나 파장을 일으키고 그것이 다시 지역에서 파도를 일으킬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졌다.
쇼케이스 부스는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고 교류할 수 있도록 활동 이력을 기반으로 기록의 바람, 실천의 바람, 이음의 바람, 창조의 바람, 함께의 바람, 확산의 바람이라는 이름의 파트로 이뤄졌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살롱, 파트별로 함께 교류하는 워크숍, 전체 참여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 자리인 교류의 밤으로 구성됐다.
전국의 문화 활동가들이 모이기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영도문화도시센터의 수고로 자리가 만들어졌고 어렵게 모인 사람들은 서로 반가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어렵게 만난 동료들과 명함을 주고받으며 서로 챙기며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이 아름다움을 넘어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어떤 팀은 지역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고민을 한가득 싣고 오기도 했고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이름만 들어도 아는 팀도 있었다. 지역과 상황, 활동은 달랐지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에서 문화를 풀어내는 사람들이었고 그 관심과 열정만으로도 금세 가까워지고 동료가 됐다. 서로를 알아가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며 자신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며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보느라 모두 분주했다. 그리고 곳곳의 지역, 각각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동료들을 만들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쇼케이스를 준비한 입장에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는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 또, 현재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어떤 것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과 고심의 시간을 거쳐 끝을 향해 달렸다.
지역에서 많은 문화인들이 여러 가지 문제로 혼돈을 겪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 고민도 되었지만 앞으로 지속해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해 보자는 마음으로 운영했다. 어디 가서 이야기할 곳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때에 시기 적절하게 개최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생각과 관련해 지난 9일 블루포트2021에서 개최된 교류의 밤 자리에서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동료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며 웃고 떠들고 눈물지으며 서로 위로를 건네고 위안을 받으며 잠시나마 현실을 잊은 채 서로가 파장을 주고받기 위해 크게 손뼉을 쳐줬고 새로운 파도를 일으키기 위해 다시 무릎에 힘을 넣으리라 다짐을 했다.
흔히 말한다. 문화 기획은, 문화예술은 돈을 벌기 어렵고 지속하기 어렵다고. 사실, 짧지 않은 시간 이 판에서 버티다 보니 이 일을 오래 한다는 것은 녹록지 않음을 넘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현재 청년들이 새로 진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오랜 시간 버텨온 선배들은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랜 시간 일해 온 사람들은 돈 못 버는 이 판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은 동료들 덕이고 남는 건 사람뿐이라고 말한다. 문화기획으로 사람을 남긴다는 슬로건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 또한 동감하는 부분이며 많은 고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가치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는 영도 물양장 일대에 모인 수백 명의 문화인들 궤적을 들여다보고 나눌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였고, 그들이 앞으로 바람, 파장, 파도로 만들어 낼 궤적을 지켜보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려고 한다. 모든 문화인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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