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XR 안경 대중화 시대, ‘분명한 쓸모’ 정의가 출발점
개인 맞춤형 가치-차별화 필요
경험이 곧 상품 되는 XR 시대
프로슈머 콘텐츠가 성공 해법
하지만 올해 6월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애플이 현실과 가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안경형 혼합현실(MR) 기기 ‘비전프로’를 공개하면서다. 애플은 물론이고 그간 VR 분야를 주도해 온 메타, 나아가 삼성전자·퀄컴·구글 연합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XR 시장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VR과 AR, MR을 아우르는 진정한 XR 안경 대중화 시대가 조만간 열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XR 안경의 대중화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선결조건은 무엇일까. XR 시대엔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기업들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3년 9월 1호(376호) 스페셜리포트에 실린 ‘비전 웨어러블 디바이스 대중화의 조건’을 요약해 소개한다.
● 분명한 사용 목적 정의해야
XR 기기 대중화에는 선결 조건이 있다. 사용 목적의 명확한 정의다.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기술엔 ‘분명한 쓸모’, 즉 정확한 사용 목적과 필요성이 있었다. 실패한 구글 글라스처럼 ‘모두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안경’이어선 안 된다. 소비자는 첨단 기술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호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이기 이전에 내가 원하는 경험과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를 따진다. 이를 충족하는 정의를 내놔야 선택받는 기술이 될 수 있다.
답은 개인화에 있다. 개인의 상황과 취향에 딱 맞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구글은 2022년 5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실시간으로 언어를 번역해 시각화하는 AR 글라스를 공개했다. 사용자의 언어 사용 환경을 고려한 초보적인 형태의 개인화다. 애플의 비전프로가 강조하는 ‘공간 컴퓨팅’은 그 자체로 퍼스널 컴퓨터의 대안이다. 이러한 하드웨어적 개인화에 더해 맞춤형 콘텐츠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플랫폼에선 누릴 수 없었던 차별화한 즐거움도 제시해야 한다. 콘텐츠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XR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아가 온·오프라인을 매끄럽게 넘나들 수 있는 심리스(Seamless·재봉선이 없는) 채널이 돼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지원하는 거대한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 XR 프로슈머의 등장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저서 ‘미래쇼크’에서 경험산업의 등장을 예견했다. 고객들이 서로 다르게 느끼는 ‘경험재’는 이미 가장 중요한 상품의 형태가 됐다. 미래에는 기능적 차별화가 아니라 감정적이고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함께 주는 경험 상품이 가장 중요해질 것이다. 기능성 물질 중심에서 창조성 경험 중심으로 시장의 중요 가치는 재편될 것이다.
경험산업 시대에 경험을 대하는 자세는 두 갈래다. 하나는 상품 판매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다른 하나는 경험 자체를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경험은 소비자와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장치인데, XR 기기 시장에선 이 두 가지 접근이 모두 중요하다.
XR 안경은 사람에게 매우 다양하고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경험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이 생산자들의 기술 수준 이상으로 이미 높아져 있다는 점이다. 구글 글라스의 실패도 여기서 기인한 부분이 있다.
개인화한 소비자들은 이제 자신들이 원하는 경험과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XR 안경 시장에서 콘텐츠로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선 역으로 소비자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 프로슈머의 중요성은 XR 대중화 시대에 더욱 커진다. 소비자들이 직접 스토리를 만들고, 혁신하고, 공유하는 선순환 구조의 프로슈머형 콘텐츠가 성공 여부를 가를 키를 쥐고 있다.
● 변화에 맞춘 비즈니스 모델 준비해야
XR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초기부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대중화한 XR 기기와 콘텐츠를 자신의 비즈니스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어떤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새로운 고객가치 전달의 창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농심은 2023년 새해부터 서울 성수동에 신라면 분식점을 냈다. VR 플랫폼 제페토에 만들었던 제페토 신라면 분식점을 현실세계에 재현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가상공간과 현실의 팝업스토어 양쪽에서 신라면 브랜드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했다.
보다 실질적인 편의성을 제공하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이케아는 스마트폰 AR 기능을 활용해 가상의 가구 배치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아마존은 VR을 활용한 온라인 스토어를 선보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신의 업종에 적용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영역을 선점하는 기업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명광 디트리스 대표 mike@dttrees.com
정리=백상경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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