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후기금 3억달러, 우크라에 3억+20억달러 지원
윤석열 대통령이 9~10일(현지 시각) 이틀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국(G20) 정상회의에서 기후 위기 극복 등을 위해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에 3억달러(약 4000억원)를 출연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내년 3억달러를 지원하고 2025년부터 추가로 20억달러를 더 지원하는 공적 개발 원조(ODA)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취임 후 ‘글로벌 중추 외교’를 내걸어온 윤 대통령이 한국의 구체적 역할을 국제사회에 공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1세션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 사다리’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며 “녹색 기후 기금에 3억달러를 추가로 공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의 원자력·수소 에너지 발전 기술을 바탕으로 청정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제 해운(海運)의 탈탄소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며 저탄소·무탄소 선박 개발과 친환경 항만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0일 3세션 연설에선 러시아의 침공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크라이나에 내년 3억달러를 지원하고 향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20억달러를 장기 저리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 연속 참석한 올 G20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와 러시아의 침공으로 1년 이상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지원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특히 기후변화 취약국에 재정 지원은 물론 한국의 원자력·수소 에너지 발전 기술을 활용해 ‘녹색 사다리’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무력 사용 금지는 국제사회의 확고한 법 원칙”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유·무상 공적 개발 원조(ODA)를 확대하기로 한 것도 ‘자유 연대’ 차원이란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녹색기후기금 3억달러 추가 출연과 함께 “한국은 녹색 기술과 경험을 확산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녹색 기술’을 꺼내 든 것도 주목된다. 녹색기후기금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제16차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기구와 기금 설립이 승인됐다. 이후 한국은 2013년 기구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기금 조성 후 지금까지 한국은 총 3억달러를 출연했는데, 윤 대통령은 2024~2027년에 추가로 3억달러를 출연하고 자체적으로 녹색 기술을 개발할 수 없는 나라에 청정 에너지 전환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010년 한국이 시작한 녹색 성장의 이니셔티브를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원자력은 물론 수소 에너지 발전 기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나아가 저탄소·무탄소 선박을 항로에 투입하는 ‘녹색 해운 항로’ 구축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국은 작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부산과 미국 서부 시애틀·타코마항을 연결하는 항로에 저탄소·무탄소 선박을 투입하는 등 녹색 해운 항로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G20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신흥국 간 격차 해소를 위해 다자개발은행 재원 확충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규범 마련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이달 말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하고 디지털 향유권을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 천명할 것”이라고 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한국이 G20 국제 금융 체제 워킹그룹 공동 의장국으로서 향후 10년간 다자개발은행에서 약 2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대출 여력을 창출하고 자본금 확충 논의를 지속해 가기로 합의를 이끌어냈고, G20 정상선언문에 ‘AI 국제 거버넌스 마련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반영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올 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여러 차례 만났다. 지난 9일 90분간 진행된 G20 정상 만찬 때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 지난달 18일 열린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등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 체계 공고화가 인도·태평양 지역과 글로벌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면서 “한·미·일 3국에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3국 협력을 끌어낸 주역”이라면서 “우리의 협력으로 3국 국민 삶에 좋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G20 회의장에서 윤 대통령과 마주쳤을 때는 “제 휴가지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귀갓길 저의 집으로 같이 가자”며 농담도 건넸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는 10일 정상회담을 하고 “하반기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프로세스를 잘 진행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첫 회담을 한 리창 중국 총리를 10일 다시 만났다. 윤 대통령은 간디 추모 공원 헌화 행사 전 만난 리 총리에게 “연내에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시진핑 주석에게도 각별한 안부를 전해달라”고 말했다. 연내 한·일·중 정상회의 한국 개최에 협조해달라는 뜻을 전한 것이다. 이에 리 총리는 “대통령 말씀을 시 주석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 인도 등 10국 정상과 별도 양자 정상회담을 하고 2030 부산국제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지도 요청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아세안·G20 정상회를 계기로 20여 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통해 신시장을 확대하고 디지털 및 개발 협력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아침 공군 1호기 편으로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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