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이전에 그녀들이 있었다… 원조 ‘K걸그룹’ 커튼콜에 오른 사연
트와이스, 블랙핑크, 뉴진스 이전에 그들이 있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쇼 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는 우리 아이돌 걸그룹이 세계적 인기를 얻기 전인 193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원조 K 걸그룹’ 여섯 팀의 이야기를 엮은 쇼 뮤지컬.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이 연출을 맡았다.
지난 8일엔 더욱 특별한 무대를 선보였다. 원조 K 걸그룹의 실제 주인공들이 공연 뒤 커튼콜 무대에 이전 시절 자신들을 연기하는 젊은 뮤지컬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이다. 세대를 뛰어넘는 명곡 ' 울릉도 트위스트’의 주인공 ‘이시스터즈’의 김희선(82·활동 당시 이름 김명자), ‘바니걸스’의 고재숙(69), ‘코리안 키튼즈’의 윤복희(77)…. 세 사람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극장 안은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무대에 선 지 수십년이 지났거나 최근 보기 힘들었던 얼굴들인데도, 일단 무대에 서서 마이크를 잡자 노래하고 춤추는 왕년의 끼가 폭발했다.
‘바니걸스’ 고재숙은 “너무 감동적이고 즐겁고 멋있는 순간이었다. 너무너무 그립고 좋은 시간, 멋진 시간 가져서,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10여 년 전 유튜브로 공개돼 엄청난 화제를 불렀던 ‘코리안 키튼즈’ 윤복희의 1966년 공연 실황 영상도 이번 뮤지컬 공연의 일부. 큰 환호를 받으며 인사말을 시작한 윤복희는 “행복했다. 굉장히 재밌었고 너무나 감사했다”며 예전 모습과 표정 그대로 주먹 쥔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이 시스터즈’ 김희선의 목소리도 여전히 카랑카랑했다. “지금 거의 한 60여 년 만에 이런 무대에 서서 관객 여러분들 뵈니까 너무너무 마음에 감사하고 떨립니다. 여러분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뮤지컬 속 원조 K 걸그룹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시작은 1930년대 ‘목포의 눈물’ 이난영의 조선악극단 걸그룹 ‘저고리 시스터즈’. 이난영의 두 딸과 조카딸까지 세 명이 6·25 전쟁통에 시작해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전미 순회 공연을 했던 ‘김 시스터즈’ 이야기가 이어지고, 미8군 쇼단 보컬을 시작으로 60년대 대한민국 대표 걸그룹이 된 ‘이 시스터즈’가 무대를 달군다. 이어 당대 최고의 미군 위문공연 ‘밥 호프 스페셜’ 출연하며 50년쯤 시대를 앞서간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윤복희의 ‘코리안 키튼즈’, 부산 출신 쌍둥이 자매의 ‘바니걸스’와 수녀가 되고 싶었던 포천 소녀 인순이의 ‘희자매’까지 여섯 걸그룹 이야기가 이어진다.
젊은 뮤지컬 배우 10명이 번갈아 걸그룹 팀을 연기하며 당시의 사진과 음원, 영상 자료를 바탕으로 이들의 무대를 재연한다. 오래전 히트곡과 이들이 커버한 올드 팝 명곡들을 빠른 전개와 빅밴드 편곡을 통해 경쾌하고 흥이 넘치는 현대적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공연은 11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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