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3곳 중 2곳 “하반기 채용 계획 없거나 미정”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127사) 중 48%는 ‘계획 미정’, 16.6%는 ‘계획 없음’인 것으로 10일 나타났다. 주요 대기업 3곳 중 2곳(64.6%)은 하반기 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계획조차 못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경련의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조사 때, ‘미정’ 또는 ‘없음’이라는 응답(54.8%) 비율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당초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이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상저하저(上低下低)로 바뀐 것이 채용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들 중에서도 규모를 작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줄이겠다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전경련 채용 조사에서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전체의 35.4%로 작년 하반기(38%) 대비 2.6%포인트 감소했다. 그마저 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에서도 규모가 ‘작년과 비슷’한 곳은 57.8%였고, ‘줄이겠다’는 기업은 24.4%였다. 반면 ‘늘리겠다’는 기업은 17.8%에 그쳤다. 기업들은 채용에 소극적인 주된 이유로 ‘수익성 악화 및 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긴축 경영’(25.3%)을 꼽았다. 그 뒤로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기 악화’(19.0%)와 ‘비용 절감’(15.2%) 등의 순이었다. 전경련 관계자는 “작년 주요 기업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라는 점,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됐다는 점 등을 감안해 채용에 비교적 적극적이었지만,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지 않자 채용 시장이 다시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서 취업 경쟁률은 더 오를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 기업들의 대졸 신입 예상 경쟁률은 77대1이었는데, 올해는 81대1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구직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지만, 배터리와 AI(인공지능), 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에선 적절한 인재를 찾기 어려운 기업의 구인난이 이어지면서 ‘인력의 미스매치’ 현상도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직난 속 구인난’이 이어지는 것이다.
시장이 급성장한 배터리 산업에서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3사는 상반기에도 세 자릿수 신입 직원을 뽑았고 하반기에도 세 자릿수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3~4년 치 일감을 쌓은 조선 3사도 불황기 빠져나간 인력 모셔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적극적으로 구인했으나 채용하지 못한 인원은 1만2000여 명으로 2020년(6000여 명)의 2배 수준인데, 대부분 배터리·AI 등과 관련한 연구 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경영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기업들이 채용을 보수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규제 혁신과 노동 개혁, 조세 부담 완화 등 기업 활력을 위한 제도적 지원으로 고용 환경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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