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공부의 본뜻

경기일보 2023. 9.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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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광선일 법명사 회주

온 나라가 교육제도의 문제점으로 시끄럽다. 근대 교육제도가 도입된 이후 대한민국의 가장 큰 관심은 자녀의 학교 교육 문제였다.

한국에 근대적인 공교육제도가 도입된 것은 갑오개혁을 전후한 시기다.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근대적인 학교가 생겨나기 시작한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동양 고전을 가르치는 전통적 교육체계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서양의 제도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게 됐다. 그리고 우리의 손으로 교육제도를 정비하게 된 것은 광복 이후의 일이다.

거기다 발달한 서양의 물질문명이 만들어 놓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권력과 돈이 연관되는 학문이 빛을 발하고 너도나도 성공하기 위해 서로 이기려고 경쟁하는 문화가 지금의 교육문화를 만들어 왔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자식 사랑의 교육이 인성 교육보다는 권력자가 되는 길과 돈 잘 버는 기술자 만들기에 혈안이 되다 보니, 아이들의 인성과는 관계없이 부모들은 막연히 자식 대학 보내기에만 목숨을 걸고 살았다.

특히 청소년기의 교육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유럽 선진국에서는 초중고 교육과정을 인간 성숙에 두고 있다. 그들은 고등학교를 나오면 누구나 원하면 대학을 가는 제도를 운용한다. 기술을 배우고자 하면 대학을 안 가도 되는 교육문화가 제도화돼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이상한 공부에 놀아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들이 괴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공부라는 말의 본뜻을 알아야 한다.

공부는 원래 불교에서 말하는 주공부(做工夫)에서 유래한 말이다. 주공부란 ‘불도를 열심히 닦는다’라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공부란 참선에 진력해 마음 수행하는 것을 가리킨다.

중국어로 工夫(공부)는 발음이 ‘쿵후’다. 무술을 뜻하는 쿵후다. 하지만 원래 의미는 기술과 지식을 쌓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의미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라는 단어가 조선왕조실록에 처음 등장하는데 마음을 정밀히 하고, 한결같이 매진하는 내면 수양의 의미로 사용됐다. 반면 일본에는 工夫(공부)를 우리가 아는 의미보다는 ‘궁리한다’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고, 현 공부와 의미가 같은 표현은 勉强(벤쿄)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부는 책상 앞에 앉아 책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우리가 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정성을 다해 내면을 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겐 놀이가 공부다. 직장인에게는 업무에 대한 열중, 이 모든 것이 곧 공부다.

그래야 노벨 수상자도 나올 수 있다. 이제 공교육의 대대적인 개혁만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지식인들은 알고 있다. 그것을 변화시키는 주체는 국민과 지성인들이 할 때다 더 이상 늦춰지면 안 되는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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