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이재명 변호가 공천 헌금인가

이슬비 기자 2023. 9. 1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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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으로 수원지검에서 소환 조사를 받고 나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옆에는 A 변호사가 있었다. A 변호사는 올해 초 이 대표 변호인단에 합류해 ‘대장동 사업 특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등 이 대표의 각종 비리 혐의 사건을 변호해 왔다. 그러다 지난 7월 중순 사임계를 냈다. 본격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차원이었다. 그랬던 그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쌍방울 사건으로 이 대표가 검찰에 소환되자 다시 선임계를 내고 검찰 조사실에 따라 들어간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조사에서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에 서명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조사를 끝내고 검찰청을 나갔다. A 변호사는 이 대표를 대신해 취재진 앞에 섰다. A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진술 취지가 (조서에) 분명하게 반영이 안 돼 일단은 동의할 수 없어 (서명을) 거부했다”며 “다음 조사에서 서명을 할지 아니면 새로 조사를 시작할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했다. A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 법무부 검찰국장, 광주고검장, 법무연수원장 등 요직을 두루 맡았다.

A 변호사는 이달 초에는 검사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출판 기념회를 한다는 초대장이었다. 그의 문자메시지는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부 검사들에게도 전달됐다고 한다. 또 전국의 주요 사건을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부와 검찰 고위직들도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장난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자신이 변호를 맡은 피의자는 검찰 조사를 일방 중단하며 검찰을 조롱하는 마당에 본인 출마를 검찰에다 홍보하는 분별 없는 짓을 해도 되느냐”고 했다. 한 차장검사는 “이런 행태를 보인 피의자와 변호사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했다.

누구든 총선에 출마하고 이에 앞서 출판 기념회를 열어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자유는 있다. 하지만 이 대표와 이 대표 측근들의 비리 혐의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은 관련 수사와 재판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줄줄이 총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상적인 변호사 활동으로 볼 수 없다. 사실상 공천을 대가로 하는 ‘공천 헌금’아니냐” “이재명 대표 ‘방탄 변호’가 본인 총선 전략이냐”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대장동 비리 사건’에 연루된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의 변호사들도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한다. 이 대표 수사와 재판을 지연시키고 ‘사법 리스크’ 방탄에 앞장선 책임에서 이들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22대 국회에서도 ‘이재명 지키기’만 하려고 출마하는 게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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