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9절 열병식, 생수車 위장 방사포-유탄발사 트랙터 등장
정규군 아닌 예비군-민방위대 동원
전시 대비 국가 총동원 역량 과시
원수계급 장군, 김주애에 무릎 꿇어
● 차량 위 시멘트포대 아래 숨긴 방사포
시멘트 포대를 가득 실은 빨간색 차량도 눈길을 끌었다. 시멘트 포대 60개가 깔려 있는 차량 덮개를 들어 올리면 방사포 12문과 무장한 시멘트 공장 노동자들이 등장하는 구조였다. 고속유탄발사기나 방사포 등 각종 무기를 장착한 농업용 트랙터도 행렬에 합류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9일 “뜨락또르(트랙터)들이 견인하는 반땅크 미싸일 종대와 … 노농적위군의 전투 능력을 과시하는 위장 방사포병 종대들이 광장을 누벼 나갔다”고 보도했다.
이날 열병식에서 각종 위장 차량을 타고 등장한 이들은 북한 정규군이 아니라 예비군이나 민방위대에 속하는 노농적위군이 대부분이었다. 농장이나 공장 단위, 지방자치단체별로 편성된 노농적위군을 대거 동원한 것. 북한도 이번 열병식을 ‘민방위 무력 열병식’이라며 “조국 보위와 사회주의 건설의 두 전선에서 성스러운 사명을 다해 나가며 조국 통일 대전의 시각이 온다면 일당백으로 준비된 노농적위군”이라고도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상용 차량까지 총동원해 곧바로 이동식 발사대 등으로 개조할 수 있을 정도로 전시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김주애에게 무릎 꿇은 ‘원수’ 계급 장군
조선중앙통신은 열병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 대표 자격으로 방북한 류궈중 중국 국무원 부총리 등 중국 대표단과 러시아군 아카데미 협주단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원수 계급장을 단 박정천 군정지도부장이 시멘트 운반 차량으로 위장한 방사포 열병종대가 지나갈 때 주석단 특별석에 앉아 있던 김 위원장의 딸 주애에게 한쪽 무릎을 끓고 귓속말을 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지난해 군 서열 1위였던 박정천은 올해 1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당 비서에서 해임된 뒤 군정지도부장을 하고 있음이 이번에 확인됐다. 통일부는 “군 서열 1위에서 밀려난 뒤 정확한 서열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 고위층이 김주애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은 처음 공개됐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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