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판친 코스닥, 올해 거래대금 코스피 앞질러
올 들어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초전도체, 양자컴퓨터 등 테마주 과열 현상이 벌어지면서, 코스닥시장 거래 금액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을 넘어섰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8월까지 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조7100억원으로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 10조1060억원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연말까지 이런 추세가 지속하면 1996년 코스닥시장 출범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코스닥 거래 대금이 코스피를 제치게 된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2020조원 규모로 코스닥 시장(440조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코스피 거래 대금은 코스닥을 앞서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올해 코스피에 상장된 대형주들의 성적이 부진한 데다, 이차전지 등 각종 테마주가 증시를 달구면서 두 시장의 거래 대금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은 코스피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고 손바뀜이 잦으며 테마주 관련 종목이 많다”며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의 테마주 열풍이 불어 코스닥시장 거래 대금이 코스피 를 앞지르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테마 따라 코스닥 거래 널뛰기
올해 월별 증시 거래 대금 추이를 살펴보면 테마주 ‘광풍’과 움직임을 같이했다는 걸 볼 수 있다. 1월엔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은 6조9680억원으로 코스닥시장(6조1730억원)을 앞섰다. 하지만 2월 코스닥시장 일평균 거래 대금이 9조6300억원으로 56% 급격히 늘면서 코스피(8조190억원)를 추월했다. 이런 현상은 4월까지 석 달간 지속했다. 2~4월은 코스닥시장의 이차전지 테마주들이 급등한 시기와 일치한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이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 주가는 1월 말 12만2800원에서 4월 말 73만원까지 무려 500% 가까이 폭등했다.
이후 5~7월 다시 코스피 거래 대금이 코스닥시장을 앞섰다. 이 시기엔 코스닥시장의 이차전지 테마주가 과열됐다는 논란 등이 나왔고, 코스닥 테마주 급등세는 다소 진정됐다. 하지만 대신 코스피에 상장된 포스코홀딩스 등 대형 이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올랐다. 실제 4월 말 대비 7월 말 에코프로 주가는 85% 상승해 2~4월 상승률(494%)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반면 포스코홀딩스는 5~7월 상승률이 70%에 달해 2~4월 상승률(25%)을 크게 앞질렀다.
◇'빚투’도 코스닥 과열에 한몫
8월엔 코스닥시장 거래 대금이 다시 코스피를 앞섰다. 지난달 1일 2667.07로 연중 최고치까지 오른 코스피가 주도주 부재로 지난 8일까지 4.5% 내리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은 7월 14조1900억원에서 8월 10조8260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선 초전도체, 맥신, 양자컴퓨터 등의 테마주가 부상했고, 8월 일평균 거래 대금(12조1220억원)은 7월(12조8270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9월에도 1~8일 모두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앞서는 등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 하락의 영향으로 8~9월 코스닥보다 코스피 거래대금이 더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 거래가 몰리면서 다소 진정됐던 ‘빚투’(빚내서 투자)도 다시 과열 양상이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뜻하는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지난 4월 말 20조4300억원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5월 중순 18조원대까지 줄었다. 이후 지난달 17일 올 들어 최고 수준인 20조 5600억원까지 치솟았고, 현재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4월 SG증권발(發)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 원인으로 지목돼 신규 거래가 중단됐던 차액결제거래(CFD)가 이달 들어 재개되면서 테마주 장세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FD는 증거금의 2.5배를 주문할 수 있어 자기 자금이 적어도 빚을 내 투자하는 것과 같은 거래를 할 수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CFD를 활용하는 상당수가 ‘고위험 고수익’ 투자 성향이 있는 개인 전문 투자자들이어서 현재의 테마주 장세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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