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만보걷기 행복학
우리나라에서 걷기여행이 두각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제주올레길이 알려지면서라고 생각한다. '놀멍 쉬멍 걸으멍'이란 책과 함께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만든 한국의 산티아고 제주올레길이 여행업에 큰 변화를 줬다('놀멍 쉬멍 걸으멍'은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집필한 책으로 제주 올레길을 만든 이야기를 쓴 내용을 담고 있다). 테마관광지 위주던 과거와 달리 걸으면서 여행하는 문화를 만드는 큰 변화를 줬다. 인위적, 혹은 자연경관만 보는 관광지 위주의 제주도 여행에서 내 발로 제주도의 속내를 걷다 보니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이 점차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 후 걷기여행이 제대로 빛을 발한 것은 코로나19가 들이닥치고 난 후다. 코로나19 이후 실외 트레킹 등 아웃도어 활동이 여행에서 중요한 변화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걷기여행을 선호하는 연령층마저 다양해졌다. 걷기여행은 중장년층의 선호 여행이라는 인식을 깨고 청년층의 걷기여행 참여율이 높아지며 MZ세대까지 걷기열풍이 일어난 것이다. 100대 명산, 국립공원 등을 완봉하기 위해 산행하는 사람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주말에 서울 북한산에 가도 세대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사람이 산에 오른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걷기여행에 열광할까.
그 답을 지난해에 찾은 것 같다.
지난해 연말 고객 한 분이 회사로 연락해 내게 꼭 밥을 사고 싶다고 했다. 우리 여행사를 자주 찾아주는 고객이라 내가 사는 것이 맞는데 오히려 밥을 사겠다고 하니 마음만 받겠다며 몇 번을 거절했다. 하지만 계속된 연락에 점심을 먹게 됐다. 밥을 먹으며 왜 이렇게 밥을 사고 싶으셨는지 물었다. 그 고객의 말이 몇 해 전 집안에 안 좋은 일을 겪고 무기력한 생활에 빠져 잠도 잘 못 자고 몸과 마음이 너무 나빠졌는데 우연히 필자의 여행에 참여해 아무 생각 없이 걸었는데 너무 좋아 전국의 좋은 길을 다 걷고 싶어졌다고 했다. 걸을수록 몸도 건강해지고 하루하루 행복함을 느끼게 됐다며 고맙단 이유로 밥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몇 개월이 지나 여행길에 그 고객을 다시 만났는데 전보다 훨씬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너무 좋아지셨다고 이야기하니 여행이 아니어도 집 앞이라도 걷는다며 걷는 것이 일상이 돼 그리된 것 같다고 했다.
올해로 걷기여행 25년차인 필자는 그동안 여행길에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80세가 넘었지만 50~60대처럼 허리도 곧고 잘 걷고 목소리 톤조차 우렁찬 분들이 있는 반면 50~60대임에도 잘 걷지 못하고 몸 이곳저곳이 계속 아프다는 분들이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이에 비해 건강한 분들은 동네 뒷산이나 학교 운동장이라도 하루 1만보 걷기를 꾸준히 하셨다. 걷다 보니 병원비를 아끼게 되고 병원비 낼 돈으로 걷기를 한다는 말을 하는 분도 제법 만났다. 의학적으론 모르지만 나이에 따라 걷기는 건강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필자는 현장에서 늘 경험한다.
산행이나 트레킹을 인솔하면서 필자가 제일 잘하는 말이 있다. 산에 오르면서 내 몸이 '목이 마르다'는 신호를 줄 때 물을 마시는 것은 이미 늦은 상황이다. 목이 마르기 전에 꼭 주기적으로 물을 마셔야 산행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즉, 내 몸에 이상이 생기기 직전이나 생긴 후 다시 건강을 찾으려고 할 때는 더 많은 시간과 돈이 들고 원래 몸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이다. 건강은 항상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 준비로 걷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건강하면 100가지 이상의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건강을 잃으면 1가지 소원밖에 빌지 못한다. 내 주변에서 가장 쉬운 것이 걷기다. 하루에 1만보부터 걸어보라. 내 몸이 달라지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하루하루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생길 것이다.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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