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했던 9회말 돌아본 한화 수호신 “야수들에게 너무 감사…상승세는 타자들 덕분” [MK인터뷰]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2023. 9. 1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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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타자들이 계속 점수를 내줘서 연승할 수 있었다.”

독수리 군단의 승리를 지킨 박상원이 소감을 전했다.

한화 이글스는 10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난타전 끝에 9-8로 이겼다.

한화 박상원은 10일 고척 키움전에서 15세이브를 올렸다. 사진=천정환 기자
한화 박상원은 올해 마무리 투수로서 맹활약 중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박상원은 최근 한화 상승세의 공을 모두 타자들에게 돌렸다. 사진=천정환 기자
쉽지 않은 경기였다. 1회말 내야진의 송구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준 한화는 3회초 문현빈의 우월 3점포와 닉 윌리엄스의 1타점 우전 적시타, 최재훈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3회말에는 임지열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4회초 노시환의 2타점 우전 적시 3루타, 채은성의 좌월 투런포 등을 묶어 승기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한화는 키움의 거센 추격전에 진땀을 뺐다. 4회말 김혜성과 로니 도슨에게 각각 1타점 우전 적시타, 1타점 적시 3루타 등을 헌납했다. 6회말에도 폭투와 도슨의 1타점 우전 적시타, 송성문의 1타점 적시 2루타 등으로 도합 3점을 내줬으며, 8회말에는 도슨에게 1타점 좌전 적시 2루타를 맞으며 한 점차까지 쫓겼다.

그렇게 이어진 9회말 마운드에는 클로저 박상원이 올라왔다. 그는 대타 김태진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순조롭게 경기를 끝내는 듯 했으나, 박찬혁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이후 김휘집을 2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2루로 쇄도하던 박찬혁만 포스 아웃됐고, 김시앙의 우전 안타와 김혜성의 볼넷으로 2사 만루가 이어졌다.

짧은 안타 하나에 승부가 뒤집힐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 타석에는 이날 타격감이 좋았던 도슨이 들어섰다. 박상원은 도슨을 상대로 4구 148km 패스트볼을 뿌렸고, 도슨은 이를 받아 쳐 유격수 방면으로 향하는 날카로운 땅볼 타구를 날렸다.

타구의 속도가 너무 빨라 안타가 예상됐던 순간. 다행히 박상원과 한화에는 유격수 이도윤이 있었다. 이도윤은 유려한 슬라이딩으로 볼을 잡아낸 후 1루로 깔끔히 송구했다. 박상원의 시즌 15세이브 및 한화의 9-8 승리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만난 박상원은 “이날 경기에서 나타났듯이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야수들의 도움을 받아야 경기를 끝낼 수 있다. 야수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마지막 도슨의) 타구가 너무 빨랐는데, (이)도윤이가 잡아 던지고 있더라. 다행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도윤이한테 어제, 오늘 너무 고맙다. 맛있는 밥을 사줘야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한화 안방마님 최재훈은 2사 1, 2루에 몰린 박상원이 이날 5안타를 몰아친 김혜성과 맞붙게 되자 마운드에 올라와 그를 다독였다. 박상원은 김혜성에게는 볼넷을 범했으나, 도슨을 유격수 땅볼로 묶으며 한화에 귀중한 승리를 선사했다.

그는 “(최)재훈이 형이 급해지지만 말라고, 공이 좋다고 이야기했다”며 “(나는) 사인을 확실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재훈이 형을 믿고 던졌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치열한 접전 속 커다란 부담도 박상원을 짓눌렀을 터. 그럼에도 그는 “저만 압박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키움) 타자들도 분명히 8회 (김)범수를 상대로 역전을 못 시켜 급했을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1점 차든, 2점 차든 해왔던 대로 팀이 이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자꾸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의젓하게 이야기했다.

2017년 2차 3라운드 전체 25번으로 한화의 지명을 받아 지난해까지 통산 224경기(210.2이닝)에서 6승 6패 1세이브 36홀드 평균자책점 3.55를 작성한 박상원은 본격적인 마무리로 나서기 시작한 올해 좋은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 이날 포함해 성적은 45경기(54.1이닝) 출전에 5승 3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2.48.

박상원은 “공 하나가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 같다. 제 뒤에 아무도 없다. 스스로 저를 벽으로 밀어 넣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미소를 보인 뒤 “그런데 멋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절벽 끝에 서 있으면 위험하기도 하지만, 거기에서 찍은 사진이 멋있지 않냐(웃음).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려 한다”고 활약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승전고로 전날(9일) 펼쳐진 더블헤더 일정 포함 키움과의 4연전을 모두 쓸어담은 한화는 파죽의 6연승을 달리며 50승(6무 62패) 고지를 밟았다. 한화의 더블헤더 포함 4연전 스윕은 지난 2003년 9월 13일부터 9월 15일까지 대전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의 시리즈 이후 무려 7300일 만이다. 이 같은 상승세에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박상원은 공을 모두 타자들에게 돌렸다.

“투수들도 투수들인데, 결국에는 타자들이 점수를 내주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이 야구다. 지금 불펜 투수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타자들도 계속 점수를 내주고 있다. 그래서 저희가 승리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박상원의 말이었다.

10일 고척 키움전이 끝나고 만난 한화 박상원. 사진(고척 서울)=이한주 기자
[고척(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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