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의 바다’ 독성 폐기물 바다에 방류…“개수작이잖아요”

정인환 기자 2023. 9. 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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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5대양 6대주 40여 곳을 돌며 기록한 바다에 대한 헌사 <무법의 바다>
<무법의 바다>, 이언 어비나 지음, 박희원 옮김, 아고라 펴냄

지구가 푸른 것은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지표 면적의 3분의 2가 바다다. <무법의 바다>(박희원 옮김, 아고라 펴냄)는 40개월여 동안 비행기 85대로 5대양 6대주 40여 곳을 돌며 기록한 ‘우리 별 지구’의 바다에 대한 헌사라 할 만하다.

미국 <뉴욕타임스>에서 17년여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일한 저자 이언 어비나는 하늘길 40만4천여㎞, 바닷길 1만2천해리(1해리=1852m)의 대장정을 통해 “서글프리만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바다와 그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빈번하게 맞닥뜨리는 혼란과 고통”을 마주했다. 그가 2019년 취재 내용을 묶어 책을 펴낸 직후 회사를 그만두고 ‘무법의 바다 프로젝트’란 바다 전문 탐사보도 단체를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어비나에게 바다는 이중적이다. “바다는 무한의 은유이자 정부의 간섭과 확실하게 분리되어 가장 순수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자 “악의적 행위자에게 바다는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광활한 무법지대”이기도 하다. 한국어판(보이지 않는 디스토피아로 떠나는 여행)과 달리 영어판 부제가 ‘마지막까지 길들여지지 않은 변경으로 떠나는 여행’으로 달린 것도 바다에 대한 저자의 양가감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5꼭지로 이뤄진 <무법의 바다>는 인터폴의 ‘자색 수배 대상’인 최악의 밀렵선 추적부터 한국 국적 저인망 원양어선 오양70의 인권유린 실태, 임신중지가 불법인 육지에서 여성들을 배에 태워 공해로 나가 임신중지 시술을 해주는 의사와 무한 폭력과 굶주림 속에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해상 노예의 삶을 추적한다. 밀항과 해적, 석유시추권을 따내려는 에너지 기업에 맞서 ‘인류의 전사’로 나선 과학자와 환경단체의 활약상 등도 엿볼 수 있다.

“과거에는 바다의 광대함에 만물을 흡수하고 소화하는 무한한 능력이 수반된다고 믿었다. (…) 이 광활함은 오랜 시간 우리에게 사실상 모든 것을 바다에 내버려도 된다는 허가증이 되어주었다.”

특히 호화 크루즈선의 폐기물 불법 투기 사건을 파헤친 11장(쓰레기를 흘려보내다)은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를 떠올리게 한다. 해사 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기관사가 첫 직장(미국 국적 크루즈선 캐리비언프린세스)에서 처리 비용과 항만 적체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에서 사용한 기름과 여타 독성 폐기물을 바다로 불법 방류하는 ‘마법의 관’을 발견한 뒤 내뱉은 “이거 개수작이잖아요”란 말은 울림이 크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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