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항명과 외압…해병, 충성의 의미를 묻다

정연우 2023. 9. 1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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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시사국 31회 I] 항명과 외압. 해병, 충성의 의미를 묻다.

■ 고 채수근 상병과 박정훈 전 수사단장…해병의 충성은 무엇입니까?

각 잡힌 팔각모를 쓴 중년의 군인. 담담한 표정으로 전우들의 손을 잡고 법원을 향해 걸어옵니다.
지난 7월,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고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입니다.

그런데 수사를 하던 그가 도리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 앞에 섰습니다.
이젠 중년이 된 해병 전우들이 그를 향해 목놓아 군가를 부릅니다.

박 전 단장은 고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어긴 ‘항명’ 혐의로 군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박 전 단장은 수사에 대한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맞섰습니다.

박정훈 / 전 해병대 수사단장 (8월 11일)
“수차례 수사 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고 저는 단호히 거절하였습니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충성과 정의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입니다.”

군사법원은 박 전 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박정훈 / 전 해병대 수사단장 (9월 1일)
“많은 성원과 응원에 힘입어서 버텨온 것 같고 고 채 상병의 억울함이 없도록 수사가 잘 될 수 있도록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실종 국민을 찾으라는 명령에 따랐다 목숨을 잃은 고 채수근 상병.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박 전 단장.
두 해병이 묻고 있습니다. 충성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 이해할 수 없는 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왜 무리한 수중수색 이뤄졌나?

며칠 전 내린 비로 내성천은 또다시 흙빛입니다.
평소에도 수영이 금지된 곳, 강이 굽이쳐 도는 곳이라 유속도 상당히 빠릅니다.
정연우 기자 / 9층시사국
"고 채수근 상병은 이 곳에서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급류에 휩쓸리면서 결국 숨졌습니다. 이 곳의 유속은 보시는 것처럼 생각보다 더 빠릅니다. 그리고 바닥 역시 뻘밭에 가까운 모래밭입니다. 발이 쉽게 푹푹 빠지는 곳입니다. "

해병대의 수색활동을 지켜봤던 주민들은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인근 주민
"수심이 1미터에서 갑자기 3미터가 되는 데도 있어요. 강이니까 물살까지 있어요."

그날은 강물이 더 불어있었고 유속도 더 빨랐습니다.
장갑차가 강에 들어갔다가 유속을 이기지 못하고 5분 만에 철수하기도 했습니다.
수해 복구 작업인 줄 알고 곡괭이와 삽 같은 장비만 챙겨 출동한 해병들.
구명조끼도 없이 장화만 신은 채로 강 수색에 나섰습니다.
인근 주민
"장화가 물에 들어가잖아요. 물이 차면 이게.."
(물에서 나오기가 더 힘들어진다는거죠?)
"그렇죠. 차라리 전투화가 나아요. 이런 장화를 주고 허리 높이로 들어가라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랬다면 우리나라 군대 자체가 다 썩었다는 거지."
위험하다는 현장 건의가 묵살됐다는 증언들이 나왔습니다.
해병대 A부사관 어머니 / 음성변조 (KBS뉴스 7월 21일)
(장병들이) '가슴까지 물 차오릅니다' 하니까 '그냥 찾아' 그랬대요 '그냥 수색하라'고 했대요.

수색 현장에 전달된 사단장 지시 사항.
“해병대가 눈에 띄도록 적색 티를 입어라”, “방송 차량이 올 때 군 기본자세를 철저히 하라” 안전조치보다는 다분히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지시였습니다.
김상호 / 군 관련 유튜브 채널 운영자
"애초에 (군 안팎에서) 해병대 1사단장은 그 사건 전부터 이러한 보여주기식 이러한 ‘쇼잉이 과도하다’라는 내용들이 계속 있었어요. 이번 사건을 통해서 또 사람들이 결국 또 보여주려고 하다가 무리하다가 억울한 부하 병사가 세상을 떠났구나."

그리고 물속에서 갑자기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채 상병은 급류에 휩쓸리고 말았습니다.
故 채수근 상병 어머니 / (KBS뉴스 7월 19일)
"착하게만 산 우리 아들인데 이런 일이 있어서..."

故 채수근 상병 아버지 /
"구명조끼 얼마나 한다고 구명조끼도 안 입히고 수색을 시키냐고 이거 살인 아닌가 이거 살인.."

■ 논란의 인물 '임성근 사단장' 과거 대대장으로 근무 당시에도 해병 순직 사고 일어나
9층시사국은 익명을 요구한 군 관련 인사에게서 제보를 받았습니다.
임성근 1사단장이 지휘관으로 근무하던 부대에서 인명 사고가 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임 1사단장의 근무 이력. 해병대 제6여단 63대대 대대장으로 근무했다는 경력이 나옵니다. 임사단장이 대대장으로 근무하던 2009년 10월, 부사관 실종 사고가 있었다는 겁니다.
당시 기상상태가 매우 나빴는데도 부사관 한 명이 훈련용 해상 로프를 점검하러 나갔다가 바다에 빠져 실종됐고 끝내 시신을 찾지 못했다는 제보. 당시 해당 부대에 근무했던 해병들을 수소문해봤습니다.
당시 복무 해병
"정확하게는 그때 제가 알기로는 파도 높이가 4m라서 해상 진입이 불가능한 날이였어요."
복수의 부대원들에게서 제보 내용과 일치하는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복무 해병
"(순직 부사관이) ‘지금 이제 해상 하강 레펠 점검하러 가야 된다’ 그래서 제가 되물었던 게 ‘이 날씨에 말씀입니까?’ 라고 물어봤거든요. (그리고) 나가셔서 한 1시간 뒤에 유격 조교가 뛰어 들어오면서 반장님이 물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 부사관은 과거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강호동 씨와 씨름 대결을 펼친 여섯 명의 해병 중 한 명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성근 당시 대대장은 당시에도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말했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는 것.

당시 복무 해병
"제가 좀 기억하기로는 대대장님이 본인이 책임을 지려고 했다라는 것 정도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연우 기자 / 9층시사국
"사고 이후에 당시 임성근 대대장이나 또는 중대장이나 이 사고 관련해서는 혹시 지휘 책임을 묻게 되거나 별다른 조치가 당시에 있었던 게 있습니까?"

당시 복무 해병
"제가 기억하기로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게 조치가 있었다면 보직 해임이 됐거나 했겠죠."

임 사단장은 이번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서도 사건 초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9층시사국>에서 입수한 박정훈 전 단장 측 '분 단위' 기록

남현종/9층시사국 MC
2009년, 14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었네요. 임성근 사단장이 내가 책임을 지겠다 해놓고 달라진 건 없었고요. 지금의 사태와 비슷한 점이 여럿 보이는데 시간이 좀 지나긴 했습니다만 입장을 따로 밝혀온 게 있었습니까?

정연우/9층시사국 취재기자
임성근 사단장 측에 당시 부사관 실종 사건과 관련해서 수차례 문의를 했고, (답변이 오기까지)시간이 좀 걸렸고요. 이런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해병대 답변
"당시 모 하사 임의로 하강 훈련 실시하다 순직 … 관련자 징계위 회부됐으며, 대대장(임성근) 징계 혐의 없음 결정"

남현종/9층시사국 MC
임 사단장의 행적을 보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게 '방송 차량이 올 때 잘해라' 이런 지시를 내렸다는 겁니다.

정연우/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습니다. 이게 이 내용들을 좀 보게 되면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들 입장에서는 정말 놀랄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당시 임성근 사단장이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런 정황들 저희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9층시사국팀이, 박정훈 대령 측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당시 사건 관련해서 정리한 일지입니다. 이 일지를 저희가 입수를 했습니다. 여기에 보면 고 채수근 상병이 급류에 휩쓸리던 당일 아침부터 임성근 사단장이 공보 활동을 언급한 부분이 정확히 나와 있습니다.

이게 당일 6시 5분쯤으로 보이는데 당시에 정훈공보실장이 임성근 사단장에게 수중수색 사진(기사) 이걸 전송합니다. 그랬더니 이걸 받아본 임성근 사단장이 이렇게 말한 걸로 나옵니다. 읽어드리겠습니다. ‘훌륭하게 공보 활동이 이루어졌구나’ 이렇게 답변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때가 오전 7시쯤입니다. 그런데 1시간 반쯤 뒤인 8시 반에 중대장을 비롯해서 10명이 또다시 수중수색에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사단장이 공보 활동이 잘 되고 있다 이렇게 치하하자 현장에서 수색이 다소 무리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게 아니냐 이런 의심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수색이 시작된 지 35분 만에 9시 5분경에 고 채수근 상병이 급류에 휩쓸리게 됩니다. 당시 수심이 2~2.5m였고 유속이 시속 2km였다. 그 부분 역시 박 전 단장 측이 정리한 일지에 정확히 나와 있습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그 얘기를 들어보니까 공보활동에 집착을 하느라 오히려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건 챙기지 않은 주객전도된 보여주기식 해병대가 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정연우/9층시사국 취재기자
저희가 입수한 박정훈 단장 측이 정리한 일지 이 부분에도 역시 이런 내용들이 잘 담겨 있습니다. 채수근 상병이 사고로 숨진 뒤 9일 뒤 7월 28일 오후 2시에 박정훈 단장 유가족들을 만나서 설명한 내용들이 기록돼 있습니다. 특히 괄호 안에 이렇게 적혀 있는데 2시경입니다.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8명 경찰에 이첩 예정 이 표시가 돼 있습니다. 채 상병의 죽음에 (사단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한다는 거고 특히 안전장구도 없이 수색 활동 작업을 시켜놓고 공보 활동을 강조한 임성근 사단장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점 추정이 가능합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그러니까 처음에 얘기만 들어보면 유족들에게 사단장을 포함해서 책임자들을 추궁하겠다 이런 설명을 했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버리면서 지금의 사태가 일어났는데 박 대령 측의 일지에 왜 분위기가 바뀌었는지도 나와 있습니까?

정연우/9층시사국 취재기자
일지가 분 단위로 정확히 기록이 돼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확인을 할 수가 있었는데요. 사단장을 포함해서 경찰에 이첩하겠다. 이렇게 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국방장관의 결재를 받을 때까지도 분위기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특히 언론 브리핑 준비하고 갑자기 국회 설명회를 준비해라 이렇게 지시를 받았다는 부분도 나옵니다. 그러니까 이런 걸 볼 때 수사단장도 생각을 못했는데 국방부 수뇌부에서는 이게 국회에 가서 설명할 정도로 수사 결과에 대해서 만족했던 것 아니냐 이런 추정도 가능합니다.

그런데 유족에게 설명을 하고 이틀 뒤 그러니까 7월 31일부터 분위기가 갑자기 바뀝니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대목이 일지에 이날부터 등장합니다. 특히 7월 31일은 대통령 주관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vip가 격노했다. 그 이후에 저희가 일지를 보게 되면 갑자기 분 단위로 다양한 상황들이 기록되기 시작합니다. 법무관리관이 전화를 걸어와서 ‘다 빼라’ 이런 얘기를 했다는 대목도 나옵니다. 이게 7월 31일 15시 18분 경으로 기록이 돼 있고요. 8월 1일에는 사령관이 법무관리관 지시 사항을 전달을 하길래 박 전 단장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대답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게 8월 1일 16시 30분 경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사태가 급박하게 흘러가는데 그다음 날 새벽 6시 45분 외압이라는 단어가 이 일지에는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제가 찾아보니까 장성급으로 분류가 되는데 카톡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 부분도 저희가 그대로 읽어드리면 ‘수사 외압이 생각보다 큽니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이 됩니다.

박정훈 / 전 해병대 수사단장 (8월 11일)
"법무관리관하고 총 5차례 통화를 하면서 죄명을 빼라 혐의 사실을 빼라 혐의자를 빼라 등 이런 얘기를 하길래 제가 분명히 얘기했습니다. 법무관리관님 지금 하시는 말씀 저는 외압으로 느낀다. 그리고 제3자가 이러한 얘기를 들으면 뭐라 생각할 것 같으냐 이런 얘기는 굉장히 위험하다. 조심해서 발언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직접 통화했습니다."

박정훈 전 단장은 이후 해병대 사령관에게 사건을 예정대로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게 8월 2일 10시경으로 나오고요. 심지어 이첩을 위해 현재 이동 중이다 또 ‘경찰 이첩만이 해병대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부분도 사령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국방장관이 사령관에게 인사조치해라 수사하겠다 이렇게 말한 것으로 기록됐고요. 그 직후에 실제로 박 전 단장은 보직에서 해임됩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불과 2~3일 안에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어버린 상황입니다.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문서에 결제까지 됐는데 갑자기 그걸 경찰 이첩을 보류해라 뭔가 물밑에서 다른 작업들이 일어난 게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정연우/9층시사국 취재기자
사실 이게 진실게임으로 번지면서 서로 의견이 좀 다르긴 합니다.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던 보류 과정을 두고 전혀 다른 주장을 하는 건데 이종섭 국방장관은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그게 그리고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박 전 단장 측은 명시적인 이첩 보류 지시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법에 따라서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송옥주 / 더불어민주당 의원 (8월 21일)
"아니 이게 확신이 없는데 장관님이 결재를 하세요?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 결재인데 그것을 번복을 하세요?"

이종섭 / 국방부 장관
"제가 변명처럼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송옥주 /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런데 왜 번복을 하셨어요? 외부로부터의 연락을 받으신 것 아니세요??

이종섭 / 국방부 장관
"아닙니다 제가 단호히 말씀드리고."

외압은 절대 없었다고 국방장관은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을 보면 박 전 단장이 보직에서 해임된 뒤에 실제로 군 검찰은 경찰에 이첩된 조사 결과를 회수했고요 또 사건을 다시 들여다본 국방부 조사본부는 수사 결과를 처음과 다르게 바꿔 현장 지휘관인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사건 기록을 다시 경찰에 이첩했습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박 전 단장이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빼라는 요구가 있었다 고 주장했던 사단장 등은 빠진 겁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지금 정연우 기자가 얘기하는 내용의 근거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박 전 단장이 써놓은 일지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질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정연우/9층시사국 취재기자
저희가 확보하는 건 컴퓨터 파일로 정리가 돼 있는 문서를 출력한 것이지만 박정훈 단장 측 변호인은 여러 가지 증거나 자료가 있다 이렇게 강하게 주장을 해왔거든요. 그래서 박정훈 단장 측이 가지고 있는 자필 메모가 있을 수도 있고, 또 지금까지 존재 여부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이 녹취 파일의 여부 이 부분도 만약에 실제로 존재하고 공개된다면 그것도 실제 진실을 밝히는 데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일지 안에는 누구를 만났다 또 어떤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 이런 부분들이 분 단위로 정확히 기록이 돼 있기 때문에 이 일지가 진실에 접근하는 주요 열쇠 중에 하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남현종/9층시사국 MC
또 하나의 중요한 대목이 될 것 같은 게 이 모든 과정을 함께했던 해병대 사령관의 입장일 텐데 해병대 사령관은 일지에 어떻게 나오고 있습니까?


정연우/9층시사국 취재기자제가 이 일지를 입수하고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이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대목이었는데요. 박정훈 단장 측이 기록한 일지를 보면 해병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을 격려했다는 내용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읽어드리겠습니다. 사령관이 ‘너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 또 ‘앞으로 많이 힘들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이런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까 심지어 사령관이 박 전 단장을 보직에서 해임하면서도 그 통보를 하면서도 ‘많이 힘들 거다’. 이렇게 위로하거나 격려했다는 부분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해병대 측 입장
"해병대 사령관은 전 수사단장에게 '너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라고 말한 적 없음"

그래서 향후 수사나 그래서 향후 수사 과정에서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조사 그리고 해병대 사령관이 어떤 증언을 하는지가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데 되게 중요한 요소가 되겠습니다.

■ 고 채수근 상병 사건 경찰 수사 진행 중… 투명한 수사 이뤄져야
고 채수근 상병이 안장된 대전 현충원.
유족들 뜻에 따라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했습니다.
아직 아들을 놓지 못한 어머니는 날마다 묘역을 찾아 편지를 남깁니다.

박정훈 전 단장에게도 아들이 있습니다.

박정훈 / 전 해병대 수사단장 (KBS사사건건, 8월 11일)
"저는 제 가족한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나는 내일 죽어도 좋다. 그런데 집단 항명의 수괴라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특히 제 아들이 현재 육군사관학교 재학 중입니다. 그래서 아들한테도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해라. 아버지는 전혀 부끄럽게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고 채수근 상병을 위험으로 내몰았던 책임이 누구에게 얼마나 있는지 아직도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리부터 예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군대에 간 우리 아들딸들의 죽음들에 한 점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 여기에는 단 한 점의 의문도 있을 수 없습니다.
취재기자: 정연우
촬영기자: 이재섭, 이제우
외부촬영: 조선기, 강우용
영상편집: 이기승
자료조사: 신용하
조연출: 정현주, 유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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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기자 (nfor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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