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게 사라졌다”…120년만의 지진에 사상자 2천명 훌쩍
1400명 중태로 희생자 더 늘듯
마라케시 세계 문화유산도 손상
주민·당국·군 필사의 구조·수색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 8일 밤 11시 11분께 모로코 서남부 중세 고도 마라케시에서 75㎞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6.8 지진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즈(NYT)는 강진은 마라케시 뿐 아니라 모로코 대서양 연안의 휴양지 아가디르와 남동부 주요 도시인 와르차자트까지 흔들며 모로코 중심부를 관통했다고 전했다. USGS는 모로코 오우카이메데네 마을 근처에서 약 26㎞ 깊이로 비교적 얕은 지진을 감지했으며, 포르투갈, 스페인, 알제리에도 약한 흔들림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많은 마을들이 마라케시 주변의 험준한 산에 지어졌을 뿐 아니라 시골의 몇 안 되는 도로가 지진 잔해에 막혀 초기 구조 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일부 지역에서는 전화와 전기가 모두 끊겼다.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에 나섰다. 일부 주민들은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맨손으로 잔해를 뒤졌다.
모로코 내무부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최소 2012명(10일 기준)이 사망하고 2059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 규모를 6.8로 추정했지만, 모로코 지질연구소는 7.2로 추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기상청은 “현지 추정치가 더 정확할 수 있지만 초기 진도 측정은 진동으로 측정되므로 지진학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마라케시 남동부 시골 지역인 하우즈와 하이 아틀라스 산맥의 일부가 포함된 지역에서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성명을 통해 “마라케시와 그 외곽의 민간인 30만명 이상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라케시의 메디나 일부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미나렛)도 일부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USGS는 “흔하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고 NYT는 전했다. 모로코는 아프리카와 유라시아판 사이의 슬로우 모션 지각 충돌이 일어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는 설명이다. AP통신은 규모 6.8의 지진은 120년 만에 모로코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960년 3월 서부 해안에서 최소 1만2000명이 사망한 규모 5.8의 아가디르 강진 이후 가장 강력하다.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 등은 모로코 강진 피해를 애도하고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한때 모로코를 식민 지배했던 프랑스가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부쳤다. 모로코 주재 프랑스 대사관은 위기 핫라인을 개설했고,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마르세유 시장은 자매 도시인 마라케시에 구조 활동을 위한 소방관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모로코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약 7개월 전 5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도 구호 요원과 텐트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도 나란히 모로코에 대한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와 이란 정부도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지원 제의에도 모로코 정부는 외국 구조대의 배치를 위해 필요한 공식 지원 요청을 아직 하지 않고 있다. 모로코 당국은 지진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3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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