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제패한 19세, 진정한 ‘윌리엄스 후계자’

윤은용 기자 2023. 9. 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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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나 은퇴 이후 미국 여자 테니스 계보 잇는 코코 고프
코코 고프가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아리나 사발렌카를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 코트에 주저앉아 기뻐하고 있다. 뉴욕 | AFP연합뉴스
사발렌카에 역전승으로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역대 10번째 ‘10대 선수’
14세 때부터 두각 나타내 “어릴 때 이곳서 윌리엄스 경기 봤는데…감격”

오랫동안 미국 테니스는 세리나 윌리엄스(은퇴)라는 걸출한 선수로 자존심을 지켜왔다. 남자 테니스에서 유럽의 강세가 이어진 것과는 달리, 여자 테니스에서는 윌리엄스 ‘1인 천하’가 계속돼왔다.

2017년 호주오픈 우승컵을 차지하며 통산 23회 메이저대회 우승을 기록한 윌리엄스가 지난해 US오픈을 끝으로 은퇴하면서 윌리엄스의 후계자를 찾는 것은 미국 테니스계 최우선 과제가 됐다. 그리고 불과 1년 만에 그 후계자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코코 고프(6위)가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정상에 올랐다. 고프는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아리나 사발렌카(2위·벨라루스)를 2시간6분 만에 2-1(2-6 6-3 6-2)로 꺾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코코 고프는 누구?

·국적=미국 ·생년월일=2004년 3월13일 ·키=175㎝ ·사용하는 손(백핸드)=오른손(양손) ·프로 전향=2018년 ·WTA 랭킹=6위 ·통산 단식 성적=162승79패 ·단식 우승=6회

2004년생인 고프는 올해 19세다. 고프는 10대에 US오픈 우승을 기록한 역대 10번째 선수가 됐다. 윌리엄스도 1999년 18세의 나이로 US오픈 정상에 올랐는데, 고프가 24년 만에 이를 달성한 미국 선수가 됐다.

결승전 긴장감 탓인지 고프는 1세트에서 제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사발렌카가 강력한 공격을 연거푸 퍼부으며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1세트를 내줬다.

고프는 2세트에서 페이스를 되찾았다.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고프는 강력한 서브에 수비까지 살아나면서 사발렌카를 흔들어 세트를 가져왔다. 기세를 탄 고프는 3세트에서 사발렌카의 첫 2번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해 4-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고, 결국 우승의 감격을 누리게 됐다.

고프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018년 14세 나이에 프랑스오픈 주니어 여자단식에서 우승하고 역대 최연소 주니어 랭킹 1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고프는 이듬해 윔블던에서는 15세122일의 나이로 예선을 통과,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우더니 그 기세를 몰아 16강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해 10월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대회에서 우승하며 ‘윌리엄스의 후계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고프는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고프는 올해는 이상하게도 메이저대회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호주오픈 16강, 프랑스오픈 8강에 그쳤고 윔블던에서는 1회전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고프는 윔블던 이후 북미 하드코트 시즌을 맞아 경기력이 급상승했다. 지난달 워싱턴오픈에서 첫 WTA 500 대회 정상을, 이어진 신시내티오픈에서 첫 WTA 1000 대회 우승을 거푸 차지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첫 메이저 정상에 올랐다.

많은 미국 여자 테니스 선수처럼 고프 역시 윌리엄스의 팬이다. 고프가 테니스를 시작하게 된 것도 5세 무렵인 2009년 호주오픈 TV 중계에서 우연히 윌리엄스의 경기를 보고 나서다.

고프는 경기 후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이 대회에 데려왔던 기억이 난다. 바로 저기에서 비너스, 세리나 윌리엄스의 경기를 봤다”며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럽다. 난 지금 불타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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