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韓기업 우크라 재건사업 진출 발판···원전·수소 확산 이끈다

뉴델리=주재현 기자 2023. 9. 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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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우크라·GCF에 26억달러 지원
"韓. 국제사회 덕에 나라 지켰다"
규범 기반한 국제질서 수호 강조
글로벌 디지털규범 제정 촉구도
믹타 정상들간 회동도 주목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 바라트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구축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에 행동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26억 달러(약 3조 4800억 원) 규모의 기여 방안을 공개해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이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글로벌 도전 과제 중 한국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점을 식별한 뒤 실질적인 행동 계획을 추진해 국제사회에서의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단순히 기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한국 경제에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성과로 연결하는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인도 뉴델리 바라트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세 번째 세션에서 “규범 기반 국제질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 평화와 번영을 견인해온 근간”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유엔과 다자주의를 통해 평화와 경제성장을 도모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방문 당시 약속했던 3억 달러(4000억 원)의 무상 원조에 더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해 20억 달러(2조 6800억 원)도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해 참가국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일반적으로 EDCF를 통한 지원은 5억~10억 달러부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지원 규모가 20억 달러”라며 “통상의 두 배 규모로,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주요 7개국(G7) 국가 중 일본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지원 사업을 통해 중추 국가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은 물론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데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력 침공 금지’ 원칙에 힘을 실으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해외 건설 수주에 도움이 될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에 배정된 3억 달러는 다자개발은행을 통해 무상 원조 형식으로 제공된다. 2025년 이후 추진될 20억 달러 지원은 중장기 저리 대출 형식의 유상 지원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3세션에서 그동안 강조해온 ‘글로벌 디지털 규범’ 제정에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찾아 뉴욕대에서 ‘글로벌 디지털 규범’ 제정의 필요성을 처음 언급했다. 이후 올 6월 파리 소르본대에서는 ‘파리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며 디지털 규범 마련을 위한 국제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속적인 노력에 부응해 이번 G20 정상선언문에는 “인공지능(AI) 국제 거버넌스 마련에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날 진행된 G20 정상회의 1세션에서는 윤 대통령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역대 최대 공여액의 ‘녹색 사다리’를 약속한 것 역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면서도 미래 먹거리를 챙기는 포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한국은 2027년까지 녹색기후기금(GCF)에 총 6억 달러(8000억 원)를 기여하게 될 예정이다. 2013년 조성 이후 10년간의 공여액만큼을 2024~2027년 진행되는 3차 재정 보충 기간에 납부하겠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는 GCF 기여 의무가 없는 국가 중 최대 규모다. 윤 대통령의 발표에 GCF는 “한국이 GCF의 기후 대응 노력에 신뢰를 보여줬다”며 “다른 국가들에 강력한 동참 신호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수소 기술 확산을 제시한 것은 한국이 수소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섰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최 수석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수소차를 가장 많이 운용하는 나라”라며 “원자력 기술과 수소 산업의 글로벌 확산을 주도하면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믹타(MIKTA)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데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포함된 브릭스(BRICS)가 새 회원국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릭스와 달리 믹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진국들로 구성돼 있다”며 “앞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서 믹타의 존재감이 높아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을 포함한 믹타 정상들은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믹타 회원국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유엔 헌장 수호 △규범 기반 국제질서 수호 △선진국·개도국 간 가교 역할 확대 등의 내용이 담긴 언론 발표문을 채택했다. 믹타는 2013년 유엔총회 당시 5개국 외교장관들이 모여 회의를 가진 것을 계기로 출범한 협의체다.

뉴델리=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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