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트래픽 비중 5% 이상인 미국 빅테크에 비용 분담 의무화 추진”
“빅테크들에 ‘공정한 기여’ 요청”
EU서 관련 법안 초안 작성 밝혀
‘망 사용료’ 한국과 공조도 시사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가 통신사 네트워크에서 차지하는 연평균 트래픽 비중이 5% 이상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망 투자비용 분담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리사 퍼 ETNO 사무총장(사진)은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사옥 셀라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럽 통신사들을 대표하는) ETNO는 세계통신사업자연합회(GSMA)와 함께 트래픽 5%를 초과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공정한 기여’를 요청하려고 한다”며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망에 트래픽을 보내는 모든 주체가 아니라 6~8개 주요 빅테크 기업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인터넷 생태계는 불균형하며, 통신사가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만 부수익을 누리는 것은 빅테크 기업들”이라면서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50% 정도가 소수의 기업에 의해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네트워크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유튜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이 27.1%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지금은 이때보다도 비중이 더 커졌다.
망 사용료 부과 문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첨예한 이슈로 부상했다. 통신사들은 망 사용료를 내는 게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라며 빅테크 기업들에 비용 지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빅테크 기업들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은 그 내용, 유형, 기기 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내세워 거부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유럽에서 통신사들은 한 해에 550억유로(약 78조5000억원)를 인프라 투자에 쓰고 있는 반면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는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퍼 사무총장은 “몇 주 안에 EU 집행위원회에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더 많은 얘기가 나올 것”이라면서 “올해 초 의견을 청취하는 기간이 있었는데 공정 기여뿐 아니라 통신산업의 미래 전반이 포함됐고, 관련 법안 초안을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망 사용료를 놓고 한국과 정책 공조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국내에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놓고 2020년 4월부터 소송을 하고 있다. 퍼 사무총장은 “한국은 인터넷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도전을 유럽보다 먼저 시작했다”며 “한국 시장에 맞는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에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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