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일가족 덮친 불길... 아빠는 4세 아들을 품고 있었다
대낮 아파트에서 불이 나 일가족 3명이 창문 틀에 매달려 있다가 떨어져 2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 15분쯤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 7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집에 살던 40대 A씨와 베트남인 장모(50)는 불길을 피해 베란다로 대피해 창문틀에 몇 분 동안 매달려 있다가 추락했다. 네살배기 아들은 두 사람중 한 사람이 안고 있다가 함께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장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아들은 화상과 골절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신고 접수 후 8분 만에 소방차와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들은 이미 추락한 상태였다. 불은 1061만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 31분 만인 오후 4시 46분쯤 진화됐다.
최초 신고는 “할머니가 아이를 안고 떨어진 것 같다”는 내용이었는데, 현장에 있던 아파트 일부 주민들은 “화재 당시 베란다로 대피했던 이들은 창문 틀을 잡고 1~2분가량 매달려 버티다가 아래로 떨어졌다”며 “할머니가 먼저 떨어졌고, 아버지는 끝까지 아이를 품에 안고 매달려 있다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베트남 국적 아내는 이 아파트 인근 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했다고 한다. A씨가 이른 새벽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과일을 떼어오면 아내가 가게에서 팔았다는 것이다. A씨 부부는 가게 장사로 어린 아들을 돌보는 일이 소홀해질까 최근 베트남에 있던 장모를 모셔와 함께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가 교대로 과일 가게와 집을 오가면서 일과 육아를 열심히 했다고 한다”며 “사고 당일에도 아내는 가게에 장사하러 나가 있었고, A씨는 장모와 함께 아이를 돌보던 중이었다”고 했다.
아파트 한 주민은 “부부는 평소 가게에서 팔고 남은 과일을 경비실이나 경로당에 들러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줄 정도로 정이 많고 착한 사람들이었다”며 “항상 밝은 얼굴로 먼저 인사하는 가족이었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추락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10일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주방 옆 작은 방이 그을림이 심해 발화 지점인지 확인하고 있다”며 “불길이 커질 때까지 가족들이 왜 대피하지 못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불이 난 아파트는 베란다에 피난 시설인 ‘경량 칸막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량 칸막이는 비상시 발로 차는 정도의 충격으로 부술 수 있어 옆집으로 대피가 가능하다. 이 아파트는 1992년 7월 경량 칸막이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주택법 규정이 신설되기 전인 그해 2월 준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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