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사명감 컸던 교사…혼자 견디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강정의 기자 2023. 9. 1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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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교사 ‘눈물의 발인’
추모객들이 지난 9일 대전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의 빈소를 찾아 묵념하고 있다.
빈소 꽉 채운 교육계 근조화환
“죽음으로 알리는 현실, 참담”
운구 행렬 도착한 학교 운동장
지역 교사·학부모 ‘울음바다’

“교사에 대한 사명감이 너무 커 혼자 견디려다 이러한 비극이 발생한 것 같아요.”

지난 9일 오전 대전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대전 한 초등학교 교사 A씨(40대)의 빈소에서 만난 친구 김모씨와 B씨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김씨와 B씨 또한 현재 경기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A씨의 장례식장이 마련되자마자 경기지역에서 내려와 사흘째 이곳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수년간 학부모 등으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려온 A씨는 지난 5일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이틀 뒤 결국 숨졌다.

A씨의 빈소 앞에는 친구들과 A씨가 근무했던 학교 등 지역 교육계에서 보낸 근조화환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이들은 “A씨와는 대학 동기 사이로 대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들 8명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고 있는데 지난달 모임에서도 얼굴을 봤다”며 “A씨는 모범생이면서 지혜로운 친구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A씨가 학부모 민원과 관련해 지나가는 얘기처럼 언급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친한 친구들도 알지 못했다”며 “자존감과 교사에 대한 사명감이 너무 커서 친구가 더 많이 힘들어했을 것 같다. 어찌 보면 우리는 운이 좋아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이들은 “친구가 죽음이라는 방법으로 추락한 교권의 현실을 알렸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며 “현재 교단에서 선생님들이 학생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희생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교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얼른 마련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장례식장을 떠난 운구차는 A씨가 최근까지 근무해왔던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지역 교사와 학부모 등 수백명은 운구차가 학교 운동장에 도착하자 “불쌍해서 어떡해” “먼저 가버리면 어떡해”라고 절규했다.

한 교사는 “우리가 지켜주지 못했다”며 “A씨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일했던 선생님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내에는 A씨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는 추모 공간에서는 지역 교사와 학부모들이 자녀의 손을 잡은 채 추모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다.

학교 정문 앞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교사들이 “위기 교원 보호하시겠다고요? 너무 늦었잖아요” 등의 팻말을 들고 서있었으며, 교문 앞에는 A씨를 추모하는 근조화환들이 세워져 있었다.

대전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20년째 교사로 일해온 A씨는 약 4년간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노조 관계자는 “A씨가 담임을 맡은 학급의 학생들 중 교사 지시를 무시하거나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등의 행동을 하는 학생이 몇 명 있었다”며 “이러한 학생들을 훈육하고 지도했는데, 한 학부모 측이 ‘왜 아이를 망신 주느냐’면서 학교와 교육청 등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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