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위원들, 정민영 MBC 변호 사실 2년 전에도 알았다
회의록에 기재돼 있는데도
갑자기 알게 된 사실처럼
시점 호도하며 사퇴 촉구
MBC와 관련된 두 건의 변호를 맡아 ‘이해충돌 위반’ 논란에 휩싸인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비상임위원직에서 해촉된 정민영 변호사(사진)의 소송 대리 사실을 여당 추천 방심위원을 포함한 방심위 관계자들이 2년 가까이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여당 측 방심위원들은 최근 돌연 정 변호사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해충돌 논란에) 지금까지 답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10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제8차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록(2022년 3월22일자)을 보면, 당일 회의에서 방심위 지상파방송팀장이 MBC <뉴스데스크> 신라젠 관련 보도에 대한 안건 보고를 마치자 당시 방심위원이던 정 변호사는 “이 사건은 제가 MBC하고 담당 기자들 변호인으로 참여를 했던 사건이어서, 저는 제척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여서 이 안건에 대해서는 참여를 안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정 변호사의 말에 이광복 위원장은 “알겠다”고 답했고, 국민의힘 추천 인사인 김우석 위원은 “설명은 해주실 수 있지 않나. 변호인으로 참여하셨으면 전체적으로 느끼시는”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 변호사는 “제가 어쨌든 MBC와 담당 기자들의 대리를 했기 때문에 제가 그 입장에서 설명하는 게 적절치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라고 말했고, 다른 위원들이 이 안건을 논의하는 동안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2021년 10월26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도 정 변호사가 소송 대리를 언급한 대목이 나온다. 정 변호사가 방심위원에 위촉되고 3개월이 지났을 무렵으로, 당시 회의에는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출석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 관련 안건이 상정되자 정 변호사는 “방통위법 관련해서 보면 위원이 대리인으로 관여하거나 관여했던 경우에 제척 사유로 정하고 있다”며 “딱 <김종배의 시선집중> 이 사안은 아닌데 관련 사건을 변호사로서 관여했던 것이 있어서, 제척 사유는 아닙니다만, 회피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서 일단 이 안건에 대해서는 회피를 하고자 하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다른 분 의견 있으십니까?” 물었고, 회의록에는 “ ‘없습니다’ 하는 위원 있음”이라고 적혔다.
김 위원과 황 위원은 지난 6일 다른 여당 추천 위원과 함께 정 변호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다. 입장문은 “본 위원회는 그동안 여러 차례 본인(정 변호사)에게 (이해충돌 논란) 사실 확인을 요청하였으나 지금까지 답이 없었고, 현재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를 조사 중에 있다”는 내용이다. 김 위원은 이날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2022년 3월22일 회의 발언에 대해 “정 변호사의 MBC 변호 사실은 지난달 28일 언론에 나온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황 위원도 “언론 보도를 통해 정 변호사의 MBC 변론 사실을 알게 됐다”며 “2021년 회의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로 정 변호사가 회피하는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경향신문에 전한 입장문에서 “2022년 5월 제정된 방심위 이해충돌 방지 규칙에 따라 서면 신고를 미처 챙기지 못한 것은 저의 불찰”이라면서도 “이미 회의에서 소송 대리 등에 대하여 밝혔음에도 2년 넘게 지난 지금에 와서 새삼 저를 해촉해야 한다는 여권 위원들의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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