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한국어 AI 번역 전쟁… 독특한 글맛은 아직 먼 길
네이버·구글 국내 사용자 최다 보유
독일 ‘딥엘’·‘메타’ 양강구도에 도전
딥브레인 AI, 가상인간 실시간 통역
백화점·금융 등도 실생활 활용 높아
신조어·문학적 표현 번역은 아쉬워
“특성 달라… 쓰임에 따라 선택 가능”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번역기는 네이버 파파고와 구글 번역이다.
파파고는 2016년 출시했으며 현재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15개 언어에 대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속 텍스트 번역, 웹사이트 번역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파파고 에듀’ 서비스로 교육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파파고 애플리케이션(앱)의 글로벌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올해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3분의 1은 해외 이용자다.
구글 번역은 2006년 출시됐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번역기다. 100여개 언어를 지원한다. 음성 입력이나 다언어 번역, 실시간 번역 외 구글 번역 앱에서는 카메라 인식, 필기 입력 등 기능도 제공한다.
파파고와 구글 번역에 최근 독일 딥엘이 도전장을 던졌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딥엘은 한글 기준 최대 1500자 용량의 파일과 월 3개의 문서 번역을 지원한다. 유료서비스인 ‘딥엘프로’는 번역량 제한이 없다. 또 사용자가 입력한 모든 텍스트는 번역 후 삭제되고, AI 학습에도 활용되지 않는 철저한 데이터 보안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31개 언어를 제공한다.
번역기가 아니어도 일상에서 AI 번역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언어 데이터·전문 번역 서비스 기업 플리토와 손잡고 백화점 입점 외식브랜드에서 디지털 메뉴 번역을 제공하기로 했다.
국내 생성형 AI 전문 기업 딥브레인AI는 가상인간 기반 AI 통역사를 개발했다. 가상인간이 사용자가 말하는 언어를 감지해 실시간 통역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한국어 직원과 영어 사용 고객이라면 AI 통역사가 직원 말은 영어로, 고객 말은 한국어로 전해 준다.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를 우선 지원한다. 금융 기관 지점에서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활용을 준비 중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AI 금융 스타트업 크래프트테크놀로지와 계약을 맺고 해외 기업 공시를 번역해 보여 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번역이다. 특히 한국어는 영어와 어순 등이 달라 자칫 어색할 수 있다. 파파고와 구글 번역, 딥엘이 한국어를 영어로, 영어를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하는지 비교했다.
한글 신조어를 이해하는지 알고자 “부장님은 꼰대야.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기’의 줄임말)를 몰라”를 세 가지 번역기가 영어로 어떻게 번역하는지 봤다. 세 번역기 모두 꼰대는 알지만 낄끼빠빠는 몰랐다.
파파고는 “The manager is an old man. He doesn’t know Kkilkkippappa.”라고 했고, 구글 번역은 “The manager is an old man. You don’t know Gikkipappa.”라고 했다. 딥엘은 “He’s a jerk. He doesn’t know what a jerk is.”로 달랐다.
한국어의 ‘맛’을 살리지는 못했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의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 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를 번역시켜 보니 직역했다. 파파고와 구글 번역은 “When I look disgusted, I’ll let you go without saying a word”였다. 딥엘은 “When you are disgusted with the sight of me, I will send you away without a word.”로, 이번에도 파파고, 구글 번역과 달랐다.
번역기는 영어 문서를 업로드하면 형식 그대로 국문으로 번역해 주는 기능이 있다. PDF 파일로 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 보도자료를 이용했다. 구글 번역과 딥엘은 웹 버전에서도 PDF 문서 번역을 제공한다. 파파고는 앱에서는 가능하고, 웹에서는 docx, xlsx, pptx, hwp 파일을 지원한다.
번역 결과는 세 번역기가 비슷했고, 대략의 내용도 파악할 수 있었다. 다만, 사용 단어나 문장 구성은 조금씩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This reflects a mixed picture among G7’에서 ‘picture’를 파파고와 구글 번역은 ‘그림’으로, 딥엘은 ‘상황’으로 표현했다. ‘Of the OECD countries closest (geographically) to the war in Ukraine’에서는 ‘지리적으로(geographically)’를 괄호로 부연하고 있는데, 딥엘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지리적으로 가까운’으로 풀어썼지만, 구글 번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파파고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근접한 OECD 국가 중(지리적으로)’으로 번역했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언어 장벽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번역기 특성이 다른 만큼 필요와 쓰임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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