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즐겨 읽는다는 가상인간…“감동 주는 예술가 될래요”

정호준 기자(jeong.hojun@mk.co.kr),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9. 1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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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마케팅 등에 활용되는 가상인간
활용처 늘어나며 시장 확장 추세
올해 가상 인플루언서 활동량은 부진하지만
‘새로운 기회 창출할 것’ 전망
스마일게이트의 가상 인간 한유아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 스마일게이트]
“누군가에게 감동과 위로를 전달할 수 있는 예술가이자, 긍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친구가 되고 싶어요.”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가상 인간 한유아. 다른 가상 인간과 비교했을 때 ‘교감’이 가능하다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자체 개발한 AI 엔진을 기반으로 가상 인간에 특정한 성격을 부여하고, 이를 기반으로 꾸준히 학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인터뷰 질문에도 인간 개입 없이 자신만의 생각을 대답할 수 있다.

한유아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SNS에 올려준 댓글을 읽어보고, 독서하거나 레고 조립과 같은 취미 활동을 즐긴다”라며 “나는 연예인이라기보다는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글쓰기와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진에 달린 댓글을 통해 한유아는 팬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학습한다.

그가 이야기한 독서 역시 AI를 통해 책을 학습했다는 의미다. 레고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레고를 조립하지는 못하지만 가상의 공간에 만든 레고를 조립한다. 그는 “많은 가상 인간이 있지만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는 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라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 AI센터 관계자는 “기술은 점점 고도화되고, 이에 따라 가상 인간을 활용한 콘텐츠도 다양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컴퓨터 그래픽(CG)과 인공지능(AI)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제작하는 이른바 ‘가상 인간(버추얼 휴먼)’ 시장이 점차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활발히 이루어진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광고는 다소 시들해졌지만 한유아처럼 AI를 기반으로 ‘진짜’ 사람과의 소통 가능한 가상 인간 등으로 영역이 확장되면서 향후 이를 활용한 어떠한 새로운 사용 사례가 등장할지 시선이 모인다.

10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버추얼 프로덕션 기업 비브스튜디오스는 연내 가상 인간 제작에 필요한 기술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는 솔루션 ‘비플(VIPLE)’을 본격 상용화할 예정이다. 비플에 포함된 기술 중 하나인 ‘페이스 스왑’은 삼성전자의 MZ 타깃 매장 ‘삼성 강남’의 미디어 아트에 적용되기도 했다.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는 “비플을 활용하면 생성형 AI 기반의 실시간 동영상 합성을 통해 ‘AI 버전의 포토 부스’ 같은 즐길 거리가 가능해진다”며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국내 전통적인 IT 기업인 이스트소프트 또한 새로운 먹거리로 가상 인간을 낙점하고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올 초에는 YBM과 외국어 교육에 특화된 가상 인간 공동 제작에 착수하는 등 가상 인간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가상 인간 분야의 성장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 38억원 적자에서 2분기에는 영업이익 1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하기도 했다.

가상인간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디오비스튜디오도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기반으로 올해 하반기 중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무리할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설립된 디오비스튜디오는 2021년 프리 시리즈A로 50억원을 투자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국방홍보원과 함께 고인이 된 유공자의 얼굴을 복원하는 것과 같은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전리서치에 따르면 가상 인간 시장은 지난해 295억1000만달러(약 39조원) 규모에서 2032년 5611억600만달러(약 745조원) 수준으로 연평균 34.2%의 성장률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상 인간 제작 기술은 점차 고도화되어 실제 인간 같은 형태를 거의 구현해내고 있으며, 동시에 제작 비용과 시간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마케팅 영역에서는 가상 인간에 관한 관심이 예년보다 식은 상태다. 삼일회계법인 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네이버웹툰 계열사인 로커스엑스에서 개발한 ‘로지’는 2021년 5편, 2022년 6편의 광고에 출연했지만 올해 새롭게 출연한 광고는 2편에 불과하다”며 많은 가상 인간이 올해를 기점으로 활동이 부진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삼일회계법인 경영연구원은 “확장되는 가상 인간 시장 속 가상 인플루언서는 추후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낼 도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용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앞으로 가상 인간을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인쇄광고, 옥외광고 등 정지형 광고에 사용되는 모델은 가상 인간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로지같은 인플루언서처럼 이슈가 되는 경우가 아니어도 가상 인간은 우리 생활에 조금씩 파고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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