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무원 시험의 7배’ 수능 응시료, 정부 부담으로 하자

기자 2023. 9. 1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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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16일에 실시되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은 응시수수료를 내야 한다. 응시영역 과목수에 따라 3만7000원부터 4만7000원까지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4개 영역 이하(탐구영역 제외)는 3만7000원, 5개 영역(탐구영역 포함)은 4만2000원, 6개 영역(제2외국어 포함)은 4만7000원으로 서민층 자녀들은 응시료를 감당하기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우정렬 전 부산 혜광고 교사

물론 응시 선택영역에 따른 차등 응시료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응시료가 너무 높아 아직 배움의 단계에 있고 소득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닌가. 이런 응시료는 9급 공무원시험 응시료 5000원에 비해 7~9배나 높다. 성인이나 직장인이라면 몰라도 미성년자에게는 과도한 금액이다.

더구나 수능이 어떤 자격고사가 아닌 데다 수험생들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필수적·의무적으로 치르고 이미 고교까지 무상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응시료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역대 정부는 대학 전형료 인하와 신입생에게 부과하는 입학금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런 측면에서도 수능 응시료를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부담시킬 것이 아니라 정부 예산으로 치르는 것이 옳다.

물론 지금도 국민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한부모 가족지원 대상자 등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응시료를 면제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간 수험생들이 낸 응시료로 용지대와 인쇄비, 수능 출제자와 검토자들의 수당과 숙박비, 당일 수능감독관들에 대한 고사감독비, 부대비용 등 제반 입시관리비를 수험생들에게 모두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출제위원과 검토위원들에게 4주간 출장을 보내 출제하는 곳에서 많은 수당을 받고 별도로 학교에서 정상적인 봉급을 받는 것도 타당한지 재고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정부와 교육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응시료 없이 수능을 치를 수 있다. 올해 예산이 639조원이고, 교육 예산만도 96조원에 이른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능 총비용(180억원)은 정부 예산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미 국회에서도 수험생·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수능 응시수수료를 면제하는 법률 개정안이 몇 차례 발의되기도 했다. 이제는 수험생의 의지와 무관하게 대학 진학을 위해서라면 강제로 치를 수밖에 없는 수능의 응시료는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 수능 비용을 정부 예산으로 부담해도 무방할 만큼 경제적 여건을 갖췄다고 본다.

수능 응시료가 면제되면 학부모의 부담 완화와 함께 수수료를 징수하는 행정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저소득 계층에게만 응시료를 면제하는 ‘선별 복지’에서 ‘보편 복지’로 전환하는 1석3조의 정책 효과도 꾀할 수 있다.

정부·여당은 이른 시일 내에 수능 응시료 면제 방안을 적극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우정렬 전 부산 혜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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