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 성평등 보도, 단순 전달 넘어 비판적 접근 절실
최근 들어 성평등과 젠더 이슈에 관련된 언론 보도들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도량은 물론, 보도 내용과 방식 역시 아쉬운 점이 많다. 현 정부가 성평등 관련 정책의 수립,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제도적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 역시 성평등을 위한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고 정부 정책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단순 전달에만 그치고 있다. 정책 수립과 실행 과정에서는 언제나 시민들의 집단 지성을 모으는 민주적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언론은 특히 우리 사회의 성평등 관련 의제에 대해서 이러한 논의를 가능하게 하는 사실 정보와 다기한 입장들을 충실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최근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하겠다는 고용노동부 계획에 대한 다수의 언론 보도를 보면, 대체로 주요 주제가 이 정책의 ‘실효성’으로 임금의 높고 낮음으로 한정되어 논의되고 있다. ‘필리핀 이모님’이라는 호명이 ‘월 X원’과 같이 등장하면서 이 ‘월 X원’이 우리 사회의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라는 정부와 지자체의 설명을 그저 전달하기만 한다. 이 호명 자체가 보여주는 우리 사회에 내재한 차별적 인식, 가사와 육아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등이 어떤 의미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저출생 문제가 과연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던져져야 한다. 즉 이 정책이 ‘여성의 경력 단절 예방’이라는 성평등 의제에 대한 대안으로 배치되고 있는 데 제동을 걸고 이에 관한 토론을 적극적으로 끌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보다 보면 이 제도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이고 제도 도입의 성패는 얼마나 임금을 낮출 수 있는가에 달린 것처럼 보인다. 성차별적 직장 문화 및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이제까지의 논의, 기업의 성평등 가치 실현을 위한 책무 수행에 대한 요구 등이 사라진 채 오로지 임금 수준 문제가 되어버린 데 대한 비판적 의제 설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성평등 및 성교육 관련 도서가 보수단체의 항의에 의해 도서관에서 사라지게 된 사건들에 대한 보도 역시 ‘논란’으로만 전달하면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는 언급만 반복하고 있다. 언론이 ‘논란’이라는 틀로 보도하면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성평등 도서를 옹호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담아낸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성평등과 인권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노력들이 후퇴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반영하는 사건이고, 특히 미래 세대에게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한 사안임에도, 언론이 이를 적극 문제화하지 않고 있다.
성평등 보도에 대한 해외 여러 기관의 가이드라인은 젠더 기반 폭력 보도를 잘하는 것이 성평등 보도라 한정하는 것을 경계한다. 또한,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성평등과 관련된 보도 주제와 영역을 개발하고 이를 적극 보도하는 게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언론이 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정책과 제도의 진전에 기여한 사례는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도 다수 발견된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성평등 의제 자체가 줄어들고 보도 방식 역시 소극적 전달에 멈추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젠더 데스크 혹은 젠더 관련 전문팀이 있는 몇몇 언론사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는 언론사는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권력에 대한 감시가 언론이 주요 책무라는 점에서, 성평등과 관련된 논의가 전무한 현 정부 상황은 더 많은 성평등 의제를 생산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적극적인 정책 논쟁을 활성화하는 성평등 보도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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