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北서 여왕? [만물상]
지난주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열린 북한의 신형 잠수함 진수식에 뜻밖의 인물이 등장했다. 군사와 무관한 최선희 외무상이 잠수함 갑판에 오르더니 샴페인 병을 선체에 부딪쳐 깨뜨렸다. 함정의 무사 운항을 기원하는 이런 의식은 통상 선주의 아내가 맡고 주요 함정은 여왕이나 퍼스트레이디 몫이다. 김정은이 참석한 ‘1호 행사’였으니 아내 리설주가 맡는 게 자연스러운데 최선희가 나섰다.
▶최선희 옆에선 현송월이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인기 가수 출신으로 김정은 집권 이후 출세가도를 달린다.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 시절 깊이 사귄 인연 덕분이라고 한다. 모란봉악단 단장, 당중앙위 후보위원, 삼지연 관현악단장을 거쳐 지금은 1호 행사 의전을 총괄하는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다. 2인자 소리까지 듣는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과 같은 직위다. 주요 당 행사 때 두 사람은 항상 나란히 앉는다. 리설주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최선희·현송월·김여정은 김정은이 치욕으로 여기는 ‘하노이 노 딜’에 직간접 책임이 있는데도 건재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여정은 친동생이니 그렇다 쳐도 수많은 남자 간부가 이보다 경미한 사안으로도 수시로 숙청당하는 것과 대비된다. 극도로 가부장적이고 뿌리 깊은 북한의 남존여비 풍조를 생각하면 다소 생경한 광경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남녀 역차별’ ‘여인 천하’란 말이 나온다고 한다.
▶그 정점은 김정은 딸 김주애다. 작년 가을부터 ICBM 발사장 등에 등장한 김주애는 지난 주말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심야 열병식에서도 돋보였다. 김정은 손을 잡고 나란히 입장해 4명만 허락받은 귀빈석 1열에서도 김정은 바로 옆자리를 차지했다.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원수가 무릎을 꿇고 귓속말을 하기도 했다. 호칭은 ‘사랑하는’ ‘존귀하신’을 거쳐 ‘존경하는 자제분’으로 격상됐다. 노골적 우상화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북은 남성 중심의 백두 혈통에 대한 집착이 강해 김주애를 후계자로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조선 시대를 능가하는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다 왕조 세습 문제까지 걸려 있어 ‘여성 수령’이 나오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정은 스스로도 2년 전 국제부녀절 기념 서한에서 “여성들은 남편 뒷바라지를 해주고 시부모를 잘 모셔야 한다”며 “자식을 많이 낳아 훌륭하게 키우는 것을 애국으로 여겨야 한다”고 했다. 몇몇 여성을 중용한다고 해서 시대착오적 여성관이 달라질 리 없다. 후계자가 아들인지 딸인지보다 중요한 건 김정은의 ‘꺾이지 않는’ 4대 세습 의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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