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따로 또 같이

기자 2023. 9.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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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추억 속으로 사라진 ‘따로 또 같이’(사진)는 가을에 최적화된 그룹이었다. 가을을 닮은 노랫말과 쓸쓸함이 묻어나는 보컬, 어쿠스틱한 연주에 이르기까지 뭐 하나 모자랄 게 없었다.

그 중심엔 이주원(작고)이 있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YWCA 청개구리에서 김민기, 양희은, 서유석, 투 코리언스, 이용복, 이수만 등을 만나 음악 활동을 했다. 초창기엔 양희은에게 ‘한 사람’ ‘내 님의 사랑은’ ‘들길 따라서’ ‘네 꿈을 펼쳐라’를 만들어 주면서 작곡자로 활약했다. 1977년 강인원과 전인권이 그를 찾아왔다. 뒤늦게 합류한 나동민을 포함해서 결성한 그룹이 ‘따로 또 같이’였다. 그룹과 솔로 활동을 병행한다고 해서 지은 그룹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각자의 삶이 있지만, 인생은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한 여름날 그늘 밑에/ 번듯 누워 하늘을 보면/ 내 님 얼굴 잠자리처럼/ 맴도네 맴도네 맴도네 맴”이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맴도는 얼굴’(나동민 작사·작곡)을 타이틀로 한 데뷔 앨범(1979년)을 냈다.

그러나 1집 발매 이후 전인권의 급작스러운 탈퇴로 그룹이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1984년 2집을 낸 뒤에는 강인원이 솔로로 데뷔했으며 이주원과 나동민(작고)이 남아 4집까지 냈다.

2집 앨범은 세션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들국화의 멤버가 된 최성원(기타)과 허성욱(피아노)을 비롯하여 김광민(피아노), 이장희의 동생 이승희(기타) 등이 참여했다. 그 당시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인정받던 이영재도 눈에 띈다. 그리고 우순실이 객원 보컬로 참여했다.

백발의 전인권이 자신의 그룹을 이끌고 오디션 프로그램인 <불꽃 밴드>에 출연한 모습을 보면서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라고 노래하던 음유시인 이주원이 그리워졌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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