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의 실사구시]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의 함의

김충제 2023. 9. 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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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기금 2055년 완전소진
보험료율 조기 인상 시급
저소득 자영업자 지원 담아
[김용하의 실사구시]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의 함의
최근 국민연금 재정계산 보고서에 대한 공청회에서 연금보험료율 인상, 연금지급개시연령 상향 등 소위 '더 부담하고 더 늦게 받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18개나 되는 시나리오, 소득대체율 논란, 보험료 부담 가중, 수급시점 늦춤에 따른 소득공백 기간 등 논란이 거세다.

재정계산은 국민연금 재정이 장기적으로 균형을 유지토록 하기 위한 국민연금법 제4조에 정해진 5년마다 이루어지는 법적 절차의 일환이다. 재정계산은 재정수지를 계산하는 것이고 장기재정균형은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의 균형을 의미한다. 2030년에 연금급여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초과하고, 2041년에는 총지출이 총수입을 넘어서면서 2040년까지 만들어진 적립기금(1755조원)이 빠르게 감소해 2055년에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적립기금 소진연도는 2013년 3차 재정계산에서 2060년이었으나 2018년 4차 재정계산에서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진 이후 다시 2년이 더 빨라졌다.

적립기금이 소진되는 시점인 2055년 재정수지를 보면 총지출은 402조1000억원인 데 비해 총수입은 136조6000억원에 불과해 265조5000억원 적자가 발생한다. 재정수지가 문제가 되면 적자가 시작된 이후 적자 폭이 조금씩 확대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적립기금 소진시점에 바로 총지출이 총수입의 2.9배에 이르게 되어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 충격적이다.

재정수지 적자시점인 2041년까지는 18년 남았고, 연금급여지출이 현행 보험료율 9%로 조달되는 보험료 수입을 초과하는 시점인 2030년까지는 불과 7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연금 재정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5차 재정계산의 미션은 국민연금이 2055년에 소진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국민불안을 해소하는 것이고, 재정계산 기간인 향후 70년까지는 적립기금이 유지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20세인 청년 가입자가 기대수명(90세)까지 생존하는 동안 적립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재정수입 대비 재정지출이 2.9배로 벌어지는 재정수지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은 명료하다. 재정수입은 늘리고 재정지출은 줄이는 것이다. 재정수입은 보험료수입과 기금투자수입으로 이루어지므로 보험료율을 높이고, 기금투자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재정지출은 소득대체율과 연금지급 개시 시점에 의해 결정되므로 소득대체율을 낮추고 지급개시연령을 늦춰야 하지만 소득대체율은 1998년, 2007년 국민연금 개혁으로 제도 초기에 70%였던 것이 60%, 50%로 낮아졌고 현재도 40% 수준으로 낮춰지고 있어 이번 개선 대안에서는 제외된 것이다.

보험료율은 12%·15%·18%로, 지급개시연령은 66세·67세·68세로, 기금투자수익률은 0.5%p, 1.0%p 높이는 방안과 이들 정책수단을 종합한 18개의 시나리오가 제시되어 정책방안을 나열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지만 재정계산위원회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급개시연령은 현재 63세이지만 1998년 법 개정으로 2033년까지 65세로 연장 중이어서 66세로 상향은 2038년부터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올리자는 제안이 아니다. 기금투자수익률은 국민연금 도입 이후 2023년 상반기까지의 평균수익률이 5.11%인 만큼 지난 35년간 해왔던 기금운용 성과만 유지하면 재정계산 시 가정했던 수익률(4.5%)보다 0.61%p가 높다. 보험료율 인상도 3개 안을 제시했지만 2025년부터 0.6%p씩 인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따라서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가능한 한 조기에 보험료율 인상을 빠르게 시행하는 것이다.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보험료를 전액 납입해야 하는 자영업자의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저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보험료 지원이 보고서에 담겨 있다. 지급개시연령 조정은 정년연장 등 고령자의 근로여건 개선과 함께 되어야 하나, 초저출산 상황을 감안하면 노동력 수급상 60대 후반에도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증가해 소득공백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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