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짝퉁이고 저능아야”...본교·분교 막말로 물든 연고전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9. 1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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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전 축제에서 연세대(오른쪽)와 고려대 학생들이 각자의 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학 축제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뿌리 깊었던 본교·분교 간 차별과 혐오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최근 종료한 연고전을 앞두고 지방캠퍼스 소속 학생에 대한 멸시와 차별이 재현됐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교류행사에 참여하는 자격을 두고 본교와 분교가 다투면서다.

대학생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7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A씨가 ‘원세대 조려대’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각각 원주시 연세대 미래캠퍼스와 세종시 고려대 세종캠퍼스를 일컫는 멸칭이다.

A씨는 “연고전 와서 사진 찍고 인스타 올리면 니가 정품 되는 거 같지?”라며 “니넨 그냥 짝퉁이야 저능아들”이라고 비하했다.

고려대 재학생 및 졸업생 전용 커뮤니티 ‘고파스’의 익명게시판에서도 자넌 5일 ‘세종은 왜 멸시받으면서 꾸역꾸역 기차나 버스 타고 서울 와서 고연전 참석하려는 거임?’이라는 내용을 담은 글이 업로드 됐다.

이에 분개한 고려대 세종캠퍼스 총학생회는 지난주 본교와 분교에 대자보를 붙였다. 지난 5월 고려대 응원제인 ‘입실렌티’를 준비하면서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이 세종캠퍼스 재학생을 학우가 아닌 입장객으로 표현했다고 비판했다. 또 고연전 좌석 배정을 위한 회의에서도 의결권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진 출처 = 에브리타임 갈무리]
누리꾼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수능 성적이 아닌 고유의 능력으로 종합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본교생들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는 옹호가 서로 치열하게 대립 중이다.

누리꾼들은 “MZ세대식 갑질”, “대학으로 사람의 계급을 나누는 사회 풍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본교든 분교든 밖에서 보면 똑같다”, “대학 축제는 화합을 유도하는 장 아닌가? 의미를 잘 새겨 보길”, “입학 점수 커트라인이 다른데 같은 취급을 해 달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바꿔 달라고 조르는 모양새”, “고등학생 때 공부는 하기 싫었는데 명문대생은 되고 싶어?”, “하다못해 공부해서 편입이라도 하면 동문으로 인정한다”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이 발생한 원인을 고질병인 학벌주의와 팍팍해진 사회 분위기에서 찾았다. 분교생들이 본교생에게 바라는 요구사항이 청년층이 생각하는 공정과 괴리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와 비교해 신세대의 기준이 엄격해졌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본교에 입학한 건데 왜 분교가 동등한 권리를 가져가느냐는 의문을 품고 분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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