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애국 소비’ 부활 조짐에 세계 최고 기업도 ‘휘청’
美 기술기업 타격…美·中 갈등 더 심화될 듯
화웨이의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 스마트폰 출시를 계기로 중국에서 ‘애국 마케팅’이 부활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제품 출시가 이미 3나노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삼성전자나 애플에는 크게 뒤처지지만, 중국에서는 미국의 압박과 봉쇄에도 화웨이가 ‘기술 자립’을 일궜다는 중국 관영 언론의 자화자찬이 넘쳐나면서 ‘애국 소비’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중국 시장 의존도가 20%에 달하는 애플은 주가에 직격탄을 맞아 휘청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사회는 중국이 스마트폰 이외의 다른 제품으로도 애국 소비를 확대할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9일 미국과 중국의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스마트폰의 사용을 금지하면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보안을 이유로 정부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한 외국산 휴대폰 사용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사이버(가상공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이 매체는 전하면서 특히, 미국이 화웨이와 틱톡 사용을 금지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틱톡과 화웨이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사용을 금지했고, 일부 주에서는 틱톡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사용이 금지됐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이통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스파이웨어’를 심는 방법으로 기밀을 빼돌리고 있다며 화웨이 사용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중국도 이에 대한 보복으로 애플을 비롯해 외국산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고급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세계 최고 기업인 애플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폰 사용 금지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3% 이상 급락했다.
무엇보다 화웨이의 7나노 반도체 내장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 출시는 미국을 겨냥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공격이라는 분석이 많다. 집요한 미국의 포위망을 뚫었다는 것이다. 문제의 칩은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SMIC(中芯國際)의 2세대 7나노 공정 칩 ‘기린 9000s’로 확인됐다. 통상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있어야 7나노급 반도체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인데, 중국이 수출 금지 품목인 이 장비 없이 어떻게 7나노 칩 양산에 성공했는지 미스터리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중국의 애국 마케팅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화웨이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화웨이는 구체적인 스펙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메이트 60 프로의 다운로드 속도는 500Mbps(초당 메가비트)로 통상 중국 4세대 이동통신(5G) 휴대전화의 5배 수준이다. 가격은 960달러(약 128만 원)부터 시작해, 아이폰 14 프로의 999달러(약 133만원)보다도 싸다.
첫 공급분은 출시 이후 며칠 만에 동났고, 구매 예약도 줄을 잇고 있다. 새 폰을 먼저 산 사람이 웃돈을 주고 되팔아도 눈 깜짝할 새 팔린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니스트 앨릭스 로는 8일 칼럼을 통해 "화웨이의 새 폰이 전국적으로 애국심을 불러일으켰고, 화웨이의 주가가 급등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이것이 바로 중국 지도자들이 주식 시장을 부양하면서 민족주의를 드높이는 상업적 하이테크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 출시에 중국 지도자들의 ‘계획’이 있었다는 얘기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물론 국영기업 직원들에게 애플 아이폰 등 외국 브랜드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사무실에 가져오지 말라는 당국의 주문이 전달됐다. 이는 중국 사회에서 공식 발표 또는 문서는 아니더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지시라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아이폰 대신 ‘화웨이 폰’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는 일반인에게도 바로 통해 8000만 명에 가까운 공산당원 주도의 애국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공산당의 존재는 14억 명 인구의 중국이 시장경제 시스템을 운용하면서도 일사불란한 애국 마케팅이 가능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미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공화·위스콘신)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의 교과서적인 행태"라며 화웨이를 띄우고 서방 기업의 중국 시장 접근을 천천히 밀어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마크 워너 미 상원의원(민주·버지니아)은 "중국 경제가 정체되면서 외국 기업에 대해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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