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만의 최악 참사"... '천년고도' 파괴한 모로코 강진, 2000명이 숨졌다
이틀 만에 '2012명 사망·2059명 부상' 집계
산악 지역 피해 커… "사망 1만 명 넘을 수도"
11세기 세워진 마라케시 문화유산도 파괴돼
모로코 남부 산악 지역에서 규모 6.8 지진이 발생해 2,000명 이상이 숨졌다. 1960년 1만2,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던 지진 이래 최악의 참사다. 진원지에서 75㎞ 떨어진 '천년 고도(古都)' 마라케시의 중세 유적도 대거 파손됐다. 산악 지역의 열악한 환경 탓에 수색 작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최종적으로는 사망자가 최대 1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온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모로코 내무부는 전날 밤 일어난 지진으로 이날까지 최소 2,012명이 사망하고 2,059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1,404명이 중상을 입은 데다, 수색이 본격화하면서 추가 사망자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피해 수습에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얕은 깊이서 충돌… 수십 년 응집된 에너지 폭발"
이번 지진은 8일 오후 11시 11분쯤 모로코 남부 하이 아틀라스 산맥에서 발생했다. 중세 유적지이자 유명 관광지인 마라케시에서 남서쪽으로 약 75㎞ 떨어진 마을 오우카이메데네 근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 규모 6.8, 진원 깊이 26㎞로 추정했다. 오우카이메데네는 해발 고도 2,000m 이상에 위치한 산악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규모 6 이상 지진이 발생한 건 120년 만이다. 평균 고도가 3,000m에 달하는 아틀라스 산맥은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며 형성됐는데, 인근에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층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판이 매년 4~6㎜ 정도로 매우 느리게 이동해 지진이 자주 발생하진 않지만, 수십 년간 천천히 응집된 에너지가 일시에 폭발하며 재앙적 지진으로 연결될 수 있다. AP통신은 "두 판은 지표면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얕은 깊이에서 충돌해 더 위험한 지진을 일으킨다"며 "최근 120년간 이 지역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 지진"이라고 전했다.
USGS는 1900년 이후 이번 진앙 반경 약 500㎞ 이내에서 규모 6 이상 지진은 없었다고 밝혔다. 규모 5 이상 지진도 9건뿐이었다. 다만 인명피해를 기준으로 보면, 1960년 모로코 남서부 아가디르에서 규모 5.8 지진으로 최소 1만2,000명이 사망했던 적이 있다. 이번 지진은 아가디르 지진 이후 모로코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진으로 1930만 명 영향… "경제손실 100억 달러"
특히 진원지 인근 산악 마을들이 초토화됐다. USGS는 산악 지역인 알하우자주(州) 아미즈미즈 등 5개 마을에선 진도가 8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진도는 지진이 각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한 것으로, 진도 8은 잘 설계된 건축물엔 피해를 입히지 않지만 부실한 건물은 무너져 버리는 수준을 뜻한다. 실제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흙집이 대다수인 이 지역에선 주택 대부분이 붕괴됐다.
USGS는 이번 지진으로 약 1,930만 명이 영향을 받았으며, 사망자는 1,000~1만 명일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다. 경제 측면에선 10억~100억 달러(약 1조3,370억~13조3,700억 원) 정도 손실이 날 가능성이 37%로 평가됐다. 1,000억 달러 이상 피해 가능성도 7%로 나왔다. 지진 직후 인명피해 수준을 '황색 경보', 경제 타격은 '주황색 경보'로 판단했던 USGS는 10일 새 보고서에선 두 가지 모두를 '적색 경보'로 조정하며 이같이 밝혔다.
1070년대 건설된 구도심 ‘메디나’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역사·문화적 의미가 큰 마라케시도 강진 여파를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 '미이라'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의 촬영지이기도 한 이 도시 곳곳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특히 높이가 69m에 달해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알려진 12세기 건축물 쿠투비아 모스크 첨탑이 손상됐고, 메디나의 상징인 붉은 벽도 일부 무너져 내렸다. 유명 중앙 광장인 제마 엘 프나 주변 모스크도 허물어졌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은 "마라케시 건축물들은 내진 설계나 규제를 토대로 지어지지 않았다"며 이번 강진으로 심각한 구조적 손상을 입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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