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정부 질문을 ‘최악’으로 만든 책임, 김기현 대표가 져야
21대 국회의 마지막 대정부질문이 정쟁으로 얼룩진 채 8일 막을 내렸다. 정부 정책을 점검하고 타당성을 검증하는 대정부질문이 ‘쓰레기’ ‘무뢰한’ 등 여야의 거친 말싸움으로 얼룩졌고, 국무위원들의 오만한 답변 태도까지 더해져 사흘 내내 국민을 불편하게 했다. 정기국회를 견제와 협치의 장으로 만드는 데는 집권여당 대표의 역할이 막중하다. ‘최악의 대정부질문’이 된 것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는 지난달 29일 “다음 총선까지 경제, 민생을 살리는 비전을 제시하도록 포지티브(positive)하게 이슈 선점을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포지티브 경쟁’을 벌이자던 말을 하루 만에 뒤집고 야당 공세 선두에 섰다. 지난 3일 “요즘 더불어민주당의 부도덕, 비리 냄새가 온 동네에 풀풀 난다”고 하더니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놓고 “사형에 처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며 극언을 쏟아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을 폄훼한 것도 선을 넘었다. 이 대표 단식 이틀째인 1일 “관종 DNA”라 하더니 “출퇴근 단식쇼”(10일)라고 비아냥하기 급급했다. 집권여당 대표의 무게감을 찾아볼 수 없다. 야당과 야당 대표를 조롱하면서 의회 정치를 복원하는 정기국회를 어떻게 만든다는 것인가.
김 대표의 한계를 짐작 못할 바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여당 대표가 됐으니 대통령의 국정기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선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취임 2년 차 들어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모는 등 퇴행·불통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움츠러들지 말고 싸워달라”고 하자 국무위원들의 국회 무시 태도가 대정부질문에서 노골화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가 얘기하는데 예의가 없다”고 하는가 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항의하는 야당 의원에게) 야구장 오셨나”라고 비아냥댔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국회 무시’를 독려한 셈이니 김 대표도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대통령실 ‘여의도출장소’라는 오명을 벗어나려면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정체·하락세를 보이고, 내년 총선에 대한 정부 견제론이 지원론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와 김 대표의 취약한 리더십이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이재명 대표가 11일째 단식 중이다. 정치 복원을 위해서는 김 대표가 단식 중인 이 대표를 찾아가 ‘단식정국’의 출구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가 집권여당 대표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걸 김 대표는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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