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아내 장사 나간새 불…난간 매달렸던 남편·장모 참변

조성우 기자 2023. 9. 1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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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다문화 가정의 아버지와 외국인 장모가 목숨을 잃고 어린 아들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를 목격한 한 아파트 주민(여·50대)은 "'쾅'하는 소리가 두 번 나고 불길과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아버지와 아들이 1, 2분 정도 매달려 있다가 아버지가 아들을 안고 뛰어내리면서 아들을 화단쪽으로 밀어냈다. 본능적으로 아들을 살리려고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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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파트 7층 원인 모를 화재

- 발코니로 대피해 버티다 추락사
- 父가 안고있던 4살 아들은 생존
- 이웃 “과일집 꾸리며 화목 생활”

- 주방 옆 작은 방에서 불길 시작
- 비상탈출 경량 칸막이 설치 안돼

부산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다문화 가정의 아버지와 외국인 장모가 목숨을 잃고 어린 아들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어머니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홀로 과일가게에 나간 사이 사고가 발생해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0일 소방당국 등 관계자가 전날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부산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찾아내려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4시15분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 7층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 일가족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화재 당시 아버지 A(45) 씨와 베트남인 외할머니 B(57) 씨, 아들 C(4) 군이 집 안에 있었으며 이들은 솟구치는 불길을 피해 발코니에 매달렸다가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은 이날 오후 4시46분 꺼졌으나, 이미 가족들은 7층에서 화단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고 당시 B 씨가 먼저 떨어졌으며, 이후 아들 C 군을 안고 있던 A 씨가 불길을 피해 뛰어내리면서 아들을 화단 쪽으로 밀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B 씨 역시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C 군은 발목이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었으나 사고 직후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C 군은 현재 대학병원에서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

주민은 전해진 비보에 안타까운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를 목격한 한 아파트 주민(여·50대)은 “‘쾅’하는 소리가 두 번 나고 불길과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아버지와 아들이 1, 2분 정도 매달려 있다가 아버지가 아들을 안고 뛰어내리면서 아들을 화단쪽으로 밀어냈다. 본능적으로 아들을 살리려고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피해자 가족은 아내와 외할머니가 베트남 국적인 다문화 가정으로 인근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했다. A 씨 집 아래층에 살던 주민 김모(35) 씨는 “(일가족이)1, 2년쯤 전 이사 왔다”며 “우리 딸과 아들 C 군이 같은 어린이집에 다닐 만큼 가까운 사이였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에 A 씨가 농수산물 시장에서 과일을 떼오면 아내 D 씨가 이를 팔고 밤 10시쯤 귀가했다”며 “가족끼리 함께 베트남 여행도 갈 정도로 화목한 가정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부부는 가게 장사로 바빠 어린 아들에게 소홀해질까 봐 베트남에 있던 A씨 장모를 한국에 모셔와 함께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주민 서모(64) 씨는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종종 마주쳤는데 인사성이 참 밝았다”며 “주변에 과일도 자주 나눠주며 열심히 사는 가족인데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아내는 아들이 입원한 병원과 모친, 남편 A 씨의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9시 현장 감식을 진행한 부산소방재난본부는 불길이 가장 심했던 주방 옆 작은 방에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조사하고 있다. 당시 작은 방에는 옷가지 등이 가득 쌓여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진소방서 현장대응단 최정현 화재조사주임은 “불길이 커지기 전에 왜 대피하지 못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내부를 감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로 아파트 주민 30명이 대피했으며, 이 중 5세대인 16명이 부산진구에서 마련한 임시 숙소에서 하루를 보냈다.

한편 이 아파트에는 화재 시 발코니에서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지어진 경량 칸막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는 1992년 2월 준공으로 경량 칸막이 설치가 의무화된 같은 해 7월보다 빨리 지어져 해당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별도의 대피 시설이나 하향식 피난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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